<말죽거리 잔혹사>를 <친구>와 비교하는 사람이 많다. 그 소재의 비슷함과 사랑과 우정의 갈림길, 그리고 폭력...  추억을 팔아먹는다는 점에서 둘은 정말 닮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영화를 같은 부류로 취급하는 것은 반대다. 소설가 조정래씨가 말했듯이 소재의 반복에 딴지를 걸 필요는 없을법하다. 그것이 어떤 색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에 호 불호 또는 닮았다 다르다의 판단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해서 말죽거리가 이전과는 다른 파격적인 관점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사회와 조직이 주는 폭력에 대항하기 위해서 폭력을 행사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비춰주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대항의 의미로서의 폭력이 이렇게 상쾌해본적은 없었던 것 같다.

권상우가 옥상에서 선도부와 그 무리들을 쌍절곤으로 후려칠 때 몇십년간 쌓여왔던 가슴속 체증이 싹 가시는듯했다. 교련 선생 앞에서 유리창을 깨뜨리며 내지르는 그 말 한마디는 정말 통쾌했다. 유리창을 깬다는 행위는 개인적으로 단순한 폭력의 상태 그 이상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싶다. 학교라는 감옥에서 그나마 숨을 쉴 수 있는 자유를 느끼려면 우리는 유리창을 열어제껴야 한다. 더욱 과격한 방법은 유리창을 없애버리는 것 아니겠는가? 난 얼마나 학창시절 이 유리창을 깨뜨리고 싶었는지 모른다.

말죽거리의 최대 장점은 바로 이부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대한 폭력앞에서 우리가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폭력적일수밖에 없음을 영화는 감성적으로 잘 표현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비폭력을 외칠수 있겠지만 우리 마음속 솔직한 심정은 이소룡같은 힘을 길러 싸그리 박살내버리고 싶어했던 것이 아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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