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킬 룸> 블랙코미디 미국 98분

주연 우마 서먼(패트리스), 조 맹가리엘로(레지), 사무엘 잭슨(고든) 


내가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의미나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음악과 미술 등 예술이나 문화로 불리어지는 것들은 때로는 마음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것을 이해하고 즐기기 위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기도 하다. 특히 그림이나 조각 등의 현대미술은 점차 난해함이 더해져 교육과 훈련 없이 이해하기란 여간 쉽지가 않다. 


영화 <더 킬 룸>은 이런 현대미술의 난해함이 낳은 허영심을 자본주의의 속물적 성격과 맞물리게 해서 실소나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블랙코미디다. 


갤러리의 주인이자 아트딜러인 패트리스는 작품의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든은 빵집을 운영하는 마약상이자 살인청부업 중개자인데, 돈세탁을 해주던 동료가 잡혀가면서 고민에 빠졌다. 이때 패트리스를 알게 된 고든은 그림 매매를 통해 합법적으로 돈세탁을 하자고 패트리스에게 제안하고, 고민하던 패트리스는 이 제안을 받아 들인다. 그리고 돈세탁에 쓰이게 되는 그림은 비닐봉투를 도구로 청부살인을 해서 빚을 갚고 있는 레지가 맡는다. 돈세탁을 위해 레지가 1주일 동안 뚝딱 그려낸 그림이 비싼 가격에 매매되고, 이게 외부에 알려지면서 점차 유명세를 타게 된다. 레지의 그림은 범죄현장에서 발생하는 피 튀김의 흔적을 차용한 것이다. 레지가 유명세를 타면서 그가 범죄 도구로 쓴 비닐봉투마저 최고의 미술 작품이 된다. 레지가 관람객들이 모인 곳에서 실루엣으로 볼 수 있는 킬 룸에서 러시아의 갑부를 비닐봉투로 죽이는 장면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사람들이 이를 보며 환호하는 장면은 점입가경이다. 과연 패트리스와 레지, 고든은 사람들에게 들통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을까. 


영화는 현대미술의 속성과 그것이 돈과 맺어지는 관계 등을 비꼰다. 값비싼 금액으로 거래되는 현대미술(모든 현대미술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은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을 떠오르게 만든다.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고도 모두가 스스로를 속여가며 임금님이 벌거벗지 않았다고 여기듯 현대미술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채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현대미술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가격은 정말 온전한 가치를 나타내는 것일까. 돈이 가치를 나타내는 유일한 잣대일까. 등등 온갖 잡다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영화 <더 킬 룸>은 결말을 맺기 위해 급작스럽게 달려가는 느낌이 있어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그래도 간만에 통쾌한 블래코미디 한 편을 감상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