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8월 2일 맑음 24도~34도
계속되는 폭염. 몸엔 땀띠가 나기 시작하고, 밖에 나서기가 겁이 날 정도다.
그렇다고 밭을 방치할 수는 없으니, 장화를 신고 뚜벅뚜벅 걸어 나간다. 풀베기만 하다 보니 다른 것들을 놓치고 있어, 중간 중간 작물들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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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주위의 풀을 뽑아주고 나니, 땅콩이 눈에 보여 속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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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은 배나무 밑에 심겨져 있는데, 배나무를 쳐다보니 벌써 새들이 배 열매를 쪼아먹기 시작했다. 아직 익지도 않았을 텐데 참 성미도 급하다. 작년에도 새들이 배를 다 쪼아먹는 바람에 단 1개도 수확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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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블루베리에 쳤었던 그물을 벗기고, 배나무에 둘렀다. 위쪽은 새들이 먹도록 놔두고, 아래쪽만 그물을 씌웠다. 올해는 사이좋게 나눠 먹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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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올해도 따먹긴 힘들 것 같다. 벌레와 병으로 성한 것이 없다. 일본의 기무라 아키노리라는 농부가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풀도 베지 않으면서 길렀다는 <기적의 사과>는 책에서만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의구심이 든다. 올해 벌써 4년차 인데도 기적의 사과는 열리지 않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기적의 배>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다. 올해는 새들 피해만 없다면 수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을 갖고 있다. 자연의 힘으로 자라는 열매란 과연 어디까지 가능할 지, 도전은 계속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