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6월 17일 맑음 16도~31도
과수나무들에 병해충이 심해진다는 것은 바이러스나 벌레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진다는 뜻일테다. 이는 그만큼 생명력의 약동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따가운 햇빛 속에서 벌레들만큼이나 작물들도 쑥쑥 자란다. 물론 풀도 함께 쑥쑥 자라지만 말이다.
구기자의 꽃이 한창이다. 열매를 얼마나 맺을지는 모르겠지만, 꽃들이 수두룩하다. 6월에서 9월까지 꽃을 피운다고 하니, 그야말로 여름의 꽃이라 하겠다.
양파는 얼른 수확을 해 달라는 듯, 줄기가 다 꺾여 풀 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는다. 비가 내리면 혹여 썩을지도 모르니 맑은 날 얼른 수확을 했다.
양분을 많이 주지 않아서 엄청 큰 것은 없지만, 나름 먹을 정도의 크기 만큼은 자랐다. 그런데 모종을 2~3개 심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구멍에 2~3개씩 자란 것들은 아무래도 크기가 작았다. 반면 한 개만 심어진 것들은 꽤 크게 자랐다. 양파 모종값과 퇴비값을 생각하면 사 먹는 것과 비슷하거나 조금 손해볼 정도. 하지만 약 한 번 치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준 데다, 막상 껍질을 까고 먹어보니 단단한 것이 맛도 괜찮다. 양파는 올 겨울에도 텃밭에 직접 심어볼 만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시중에서 파는 양파와 다른 점은 뿌리다. 집에서 키운 것은 모두 뿌리가 길게 자라 있다. 아무튼 보관을 위해 햇볕에 말렸다가 집 안에 거둬 들였다.
더디게 자랐던 오이 중 하나는 키가 많이 크지 않았음에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옆에 함께 심었던 오이는 예초기를 돌리면서 잘라 먹어, 기대를 걸고 있지는 않다. 죽지 않고 다시 자라고 있는 것 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기고 있다.
고추는 주위의 풀을 아예 뽑아버리는 방법을 택했다. 계속해서 풀을 베기에는 다소 벅찼기 때문이다. 대부분 풀과 함께 키운다는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풀이 자라는 속도를 모두 따라가기에는 다소 역부족이다. 그래서 고추 쪽은 관리의 편의상 풀을 뽑는 방법을 택했다.
반면 고추 지지줄을 묶지 않고 자라는 지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한랭사를 친 쪽은 지지줄을 묶고, 한랭사를 치지 않은 쪽은 지지줄을 하지 않고서 장마를 이겨낼 지 지켜볼 생각이다. 뿌리가 잘 활착된 것들은 지지를 해 주지 않아도 잘 버텨주는데, 뿌리가 약한 것들은 넘어지기 일쑤다. 비가 오고 난 뒤 고추가 얼마나 쓰러져 있을지도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