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6부작 <택배기사>는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소행성의 충돌로 지구가 불모지가 되고 한반도에도 소수만이 살아남았다. 물과 공기가 부족해진 곳에서, 코어지역, 특별구역, 일반구역, 난민구역으로 사람들이 나뉘어 거주하고, 산소를 공급하는 기계를 통해 지역별로 산소의 공급이 차등을 이룬다. 한 번 나뉘어진 구역별 거주자 계층은 세습된다. 택배기사는 국민들에게 물과 산소 등의 생필품을 건네주는 역할을 한다. 택배물류와 산소 공급을 담당하는 것은 대기업 천명이다. 천명의 회장 아들인 류석(송승헌)은 난민들을 제거하고, 한정적 자원을 소수의 계층이 나눠쓰도록 세상을 재편하고, 그 재편된 세상의 중심에 천명이 있게 하기 위해 권력과 폭력을 사용한다. 택배기사 5-8(김우빈)은 이렇게 불공평한 세상을 평등하게 만들기 위한 혁명을 꿈꾼다. 


드라마의 설정과 전개에서의 과학적 진실과 오류는 따지지 말자. SF의 말뜻 그대로의 과학적 상상력이라기 보다는 스토리적 상상력이라 생각하고 이야기를 즐겨보자. 


영화 <기생충>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관심을 끄는 콘텐츠의 주제는 '빈부격차'다. 자유경쟁시장의 결과는 이 격차를 자꾸만 키워가고 있다. 그럼에도 자유경쟁은 '나도 저 위에 서겠다'는 욕망을 부추기며 동력을 얻고,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 격차의 간격이 커지면 커질 수록 어느 순간 임계점에 도달해 '저 위에 서겠다'는 욕망이 불가능해지고, 모든 것을 갈아엎겠다는 분노가 폭발할 지 모른다. 좋은 영화나 드라마는 이런 임계점에 대한 예리한 예측 또는 생활 곳곳에 알아채지도 못할만큼 자연스레 스며있는 차별의 흔적을 찾아낸다.   


[택배기사]는 빈부격차의 대상을 산소로 만들어 바로 생명과 직결되도록 만들었다. 거기에 '우리가 가장 기다리는 사람' 1위로 꼽는 택배기사가 정말 목숨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한 산소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도록 구성했다. 거기에 더해 [헝거게임]류의 택배기사 선발전을 집어넣는 영리함까지. 그야말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구성할 모든 요소를 갖춘 것이다. 그럼에도 [택배기사]를 보는 내내 다음화가 기다려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티를 팍팍 내는 CG나 다소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액션의 스케일도 한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영화가 설정하고 있는 구역의 차별과 새로운 이주계획에 대한 설득력의 부족이라 여겨진다. 드라마의 빌런이라 할 수 있는 류석의 매력이 부족한 것이다. 그냥 나쁜 놈, 악당이 아니라, 악당일 수밖에 없는 이유나, 다른 시선으로 봤을 때는 악당이 아닐 수도 있는 다층적 얼굴을 가졌다면 훨씬 재미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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