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3월 5일 맑음 영하 3도~16도
가지치기가 예년보다 다소 늦어졌다. 블루베리는 1차로 한 번 가지치기를 끝냈고, 다른 나무들도 가지치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산수유 나무 상태가 심각하다.
꽃봉오리가 살짝 열리면서 노란색을 조금 보이는 것이 귀여운 모습인데, 가지마다 갈색날개매미충 알이 잔뜩이다. 일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무 전체 가지마다 득실득실하다. 이정도면 가히 산수유나무가 아니라 갈색날개매미충 알집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이건 다 작년에 갈색날개매미의 번식을 막는데 실패한 탓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적극적으로 방제를 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가 극심할 것이라 생각된다. 지금의 모습은 모두 과거의 것들이 쌓인 결과임을 실감한다. 아무튼 정말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선 나무 자체를 베어서 태워야 할 정도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다 알집들을 그슬려 보기로 했다.
토치를 활용해서 나뭇가지에 붙은 알집을 태워보기로 한 것이다. 과연 나무에 얼마나 피해가 갈지, 또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산수유 나무가 총 3그루 정도여서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알집을 살짝 그슬리는 정도로 가지마다 토치를 갖다 댔다. 이것도 일인지 신경도 쓰이고 시간도 잡아먹는다. 그래도 나무를 베지 않으면서 약을 치지 않고, 물리적 방법을 동원해서 방제에 성공한다면 정말 좋겠다. 올해 산수유 꽃을 제대로 볼 수 있을지 곧 알 수 있을터다.
일부 나무는 가지 굵기가 상당해서 톱이 필요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톱질을 했는데, 이젠 톱질을 하다가는 어깨가 빠질 듯하다. ^^; 그래서 6인치 짜리 조그마한 전기톱을 하나 장만했다.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충전을 하고 50분 정도 쓸 수 있다고 하는데, 작업량이 많지 않는 나에겐 딱 맞는다.
블루베리 나무가 자라는데 방해를 주고 있는 뽕나무의 반쪽도 전기톱으로 잘라냈다. 전부 다 베지 않은 것은 뽕잎과 오디를 얻기 위해서다.
10센티미터 정도 되는 굵기의 가지도 제법 잘 잘린다. 다만 오히려 가늘고 탄력 좋은 가지는 톱날이 가지를 물지 못하고 자꾸 튕겨져 나오는 바람에 톱날이 빠지는 등의 낭패를 보았다. 나중에 요령이 생기면서 가는 가지도 어느 정도 자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중간에 자꾸 톱날이 빠지는 바람에 다시 끼우느라 시간을 꽤 허비했다. 또 밧데리 잔량을 표시해주는 계기판도 톱날이 튕겨나오거나 빠지는 통에 고장나 버렸다. ㅜㅜ 그럼에도 나무베기가 훨씬 편해져 가성비로는 꽤 만족한다.
오후엔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날 정도로 날이 더워졌다. 산수유도 매화나무도 꽃봉오리가 한창이다. 봄이 코앞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