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영화의 특성은 한마디로 도전으로 표현될 수 있다. 넘을 수 없을 것이라 여겨지는 것에 대한 도전은 사람을 흥분시키고, 열에 들뜨게 만든다. 좌절과 실패는 양념일뿐 메인 요리는 아니다. 도전과 성과라는 줄거리를 맛있게 만들어주는 고추이자 마늘인 것이다.
록키 시리즈는 이런 기본적인 구도를 줄곧 지켜왔었다. 물론 록키 발보아 또한 마찬가지다. 빠바밤~ 빠바밤~ 이라는 음악과 함께 록키의 훈련 장면이 보여지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도전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뻔한 이야기임에도,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알기 때문에 동일시가 쉽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선 이것 이외에도 시간이라는 양념이 추가된다. 아들이 장성한 나이먹은 록키. 아내는 3년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났다. 과거 속에서 살아가는 록키. "나이를 먹으면 회한만 커진다"는 그의 말은 삶을 성찰하게 만든다. 인생이란 상대에게 얼마나 강한 펀치를 먹였는냐가 아니라 내가 두들겨 맞았어도 쓰러지지 않고, 혹 쓰러지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앞으로 나아가는 길 속에 있다고 말하는 록키는 그야말로 서구 개척자 정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어찌 카우보이들에게만 적용되는 일이겠는가. 쓰러지지 않고 걸어가야만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숙명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이 자신이 원하던 길이었는지가 문제일뿐.
가슴속에 웅크리고 있는 야수를 끌어내 이윽고 한바탕 놀게 만든 후 스러지도록 한 록키의 권투 장면은 반복된 스포츠 영화의 전형이다. 오히려 이 영화가 빛을 발하는 것은 엔딩 타이틀이 오르는 그 짜투리(?) 장면 속에 녹아 있다. 일반인들이 록키가 뛰어오르던 계단을 오르며 록키처럼 함성을 지르고 새도우 복싱을 하는 장면으로 이루어진 엔딩 타이틀 속의 작은 화면들은 환희로 가득차 있다. 영화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북돋워주는지 그 작은 화면을 통해 깨닫는다. 사람들은 괴로움을 피하고, 쾌락만을 좇는다고 생각했던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사람들은 도전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도전이 결과에 상관없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알고 있다. 그래서 록키가 그렇듯 힘차게 계단을 뛰어올라 세상을 향해 고함을 친다. 그러나 진정 그 고함은 자신의 내면으로 향해 삶의 힘이 되어준다. 록키 발보아라는 영화의 매력은 메인 요리보다 오히려 후식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기다랗고 가파른 계단을 두려워않고 뛰어오르는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