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영웅> 시리즈를 예고편으로 접했을 때, 무척 흥미가 갔다. 학원물에 성장기. 거기에 더해 기존의 무술 지향의 액션이 아닌 지적(?)인 액션. 딱 취향 저격인 작품으로 보였다. 그래서 원작인 웹툰을 찾아봤는데, 초반부 설정이 드라마와 다소 다른데다 속도감도 차이가 있어서 조금은 실망하게 됐다. '어서 드라마나 봐야지.' 


<약한 영웅>은 싸움을 잘 한다고는 볼 수 없는 연시은이라는 고등학생이 주인공이다. 주위 사람들과 섞이는 것이 싫어서, 대화조차 차단하기 위해 귀에 항상 이어폰을 꽂고 사는 성격이다.(재패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신지를 떠오르게 한다 ) 하지만 자신에게 해를 가하는 대상에겐 가차없다. 비록 싸움을 잘 하진 못하더라도, 주위 사물과 환경, 그리고 상대방을 재빠르게 파악해 상대를 제압한다. 하지만 신체적, 물리적으로 강한 상대에게 다소 역부족일 때가 있다. 


반면 시은과 친구가 된 안수호는 격투기를 배운 싸움꾼이다. 어려움에 처한 시은을 도우며, 타인과 섞이길 싫어했던 그와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또다른 친구인 오범석은 다른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시은의 학교로 전학을 왔다. 이곳에서 또다시 폭력의 희생자가 될뻔했지만, 시은의 도움으로 빠져나올 수 있게 되면서, 시은에게 많이 의존하게 된다. 이것이 그의 시기와 질투심을 불러 일으켜 재앙을 불러오게 되지만, 이렇게 시은은 수호와 범석이라는 친구와 한 세력을 갖추게 된다. 


시은의 무리는 학교 내 일진과의 대결에서 승리하지만, 이 싸움은 점점 더 밖으로 커져간다. 마치 스포츠물 작품들이 더 강한 상대를 만나고, 이들을 꺾으면서 성장하듯이 말이다. 학원폭력물이지만, 그 이야기의 흐름은 성장 스포츠물을 닮아 있는 것이다. 시리즈1이 끝나는 말미에 시은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는데, 그곳에서 또다시 새로운 상대를 만나게 될 것을 예고한다. 성장에는 한계가 없으니까....


하지만 개인적으로 <약한 영웅>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드라마가 끝나갈 즈음, 학생들 개개인의 상태를 살피지 않고, 학교의 안위 만을 걱정하는 선생들이 시은을 불렀을 때, 시은이 대꾸하지도 않고 복도의 유리창을 깨뜨려 버리는 장면이다. 학교에서 벌어진 폭력에 그동안 학교는 무엇을 했는지를 묻는 듯하다. 학교가 폭력에 대처하지 않으면서 학교에 악당이 만들어지고, 그 반대편에 영웅이 등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약한 영웅의 탄생은 학교라는 곳이 실로는 부재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실제 독재 시절을 은유한 것으로 보이는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학교에서 지금의 학교는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묻지 않을 수가 없다.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있는 길은 오직 힘을 갖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일까. 영웅이 되었지만 약한 존재인 시은이 우리에게 묻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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