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8월 22일 맑음 20도~30도
노란색 끈끈이를 붙여 놓은 지 1주일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벌레들로 시커멓게 된 것들이 있다. 이 정도 효과면 천연농약을 뿌리는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특히 갈색날개매미충이 잘 잡힌다. 미국선녀벌레가 개체수는 훨씬 많음에도 끈끈이에 붙어있는 것은 별로 없는걸 보니, 미국선녀벌레에는 그다지 효과가 크지 않은 듯하다. 마음 같아서는 끈끈이를 나무 주위에 빙 둘러치고 싶다. 하지만 끈끈이 한 장 가격이 350원 정도이니, 이것도 만만치 않다. 나무 한 그루 당 10개 정도씩 달아놓으면 꽤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만약 사과나무 한 그루에서 사과를 50여개 이상 수확할 수 있다면 남는 장사(?)이지 않겠는가. 하지만 지금의 실력으로는 10개도 채 수확하지 못하니.... 그래도 어찌보면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 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끈끈이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끈끈이에 덩치 큰 녀석이 붙으면서 떨어져버린 듯하다. 자세히 보니 직박구리다. 사과나무에 매달아 놓은 것에 직박구리의 깃털이 달라붙으면서 잡힌 듯하다.
지난해 사과는 직박구리가 다 먹는 바람에 수확을 한 개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새 피해를 막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한랭사를 쳐 놓을지, 새 피해 방지를 위한 그물을 사서 쳐 놓을지 말이다. 그런데 끈끈이에 직박구리가 달라붙으면서 지난해 떼로 몰려다니던 직박구리들이 눈에 잘 보이질 않는다. 위험을 감지하고 찾아오지 않는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물론 더 지켜보아야 겠지만 말이다. 한 두 마리가 끈끈이에 붙었다고 해서 다른 직박구리가 도망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사람의 생각일 뿐, 직박구리의 행태는 어쩔지 모르니 말이다.
그런데 막상 끈끈이에 직박구리가 붙어 죽어있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 농작물에 피해를 가하고 있지만, 막상 죽음까지 내몰린 것을 보니 죄스러운 마음도 든다. 벌레를 잡을 때는 전혀 이런 마음이 들지 않았는데, 새가 잡혔을 때 이런 마음이 드는 것도 아이러니다. 똑같이 해를 끼치는데, 벌레를 죽이는 것은 괜찮고, 새를 죽이는 것은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튼 한랭사나 그물을 치려 한 것은 새를 잡기 보다는 새가 열매를 먹지 못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끈끈이는 새를 잡아버리니, 그 목적이 다소 다르게 되어 버렸다.
끈끈이에 잡힌 직박구리를 보며 한편으론 고소하고,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미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