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7월 21일 비 22도~24도
비가 잦으면서 배수가 잘 되지 않는 찰흙에 심겨진 참깨 중 일부는 시들시들해지고 있다. 아무래도 뿌리가 썩어가는 중이 아닐까 생각된다. 흙은 물리적으로도 흙이라는 고상 이외에 공기와 수분이 적절하게 있어야 한다. 흙 50%, 공기와 수분이 25% 정도가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렇게 장맛비가 계속 오게 되면 공기 부분까지 물로 차면서 뿌리가 숨을 쉬지 못하게 된다. 물이 잘 빠지는 흙이 아니라면 유기물이 풍부해야 흙 속의 간극이 생겨 물을 적절히 빠져나가게 하고 공기가 들어찰 수 있다. 또한 유기물은 흙 속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미생물의 다양한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재료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작물이 자라기에 좋은 흙이 되기 위해선 유기물이 풍부해야 한다. 참깨가 시들시들해지는 것을 보니 아직 흙 속 유기물이 풍부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겠다. 계속해서 유기물을 땅에 투입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비가 오는 통에 벌레를 잡는 방제 작업을 계속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번 마늘추출물과 BT제가 얼마나 효과를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체수가 조금은 줄지 않았을까 싶다. 이럴 때 연이어 계속 방제작업을 해주면 그 효과가 훨씬 잘 나타날 터인데, 비가 문제다.
잠깐 비가 그치는 사이에라도 방제작업을 해야 할 성 싶어 채비를 했다. 이번엔 마늘추출물에 목초액을 섞어 봤다. 목초액은 나무를 태워 숯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연기를 액화한 것으로, 의약품의 원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화학농약 대신 이용할 수 도 있다. 다만 목초액에 유해물질이 있어 숙성해서 써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직접 성분검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오늘 쓰는 목초액은 4년이나 묵혀둔 것이다.
지난번 천연약제를 뿌렸을 때는 선녀벌레가 흠뻑 약을 맞았을 때 효과가 조금 나타났었다. 갈색날개매미충은 멀리 도망가 버리기 일쑤였다. 이번 목초액을 첨가한 천연약제에서는 갈색날개매미충에도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다. 여러 번의 경험이 아니라 단정지을 순 없지만, 도망가던 갈색날개매미충을 쫓아가며 약을 뿌렸더니 듬뿍 맞게 됐을 땐 효과를 보였다. 그렇다하더라도 워낙 도망을 빨리 가버리기 때문에 약효를 보기가 쉽지 않다. 알을 낳기 전 2주 정도 계속해서 방제작업을 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박멸까지는 못 가겠지만, 작물에 큰 해를 입히지 않을 정도 만큼의 통제가 가능할 정도의 적정 개체로만 줄어들어도 좋을 것 같다. 당분간 새벽엔 방제, 해질녘엔 예초 작업이 계속될 듯하다. 밭의 균형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