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7월 19일 맑음 20도~31도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달 매실청을 담글 때 벌레 먹은 것을 따로 추스리지 않고 한꺼번에 담근 통이 있다. 혹시나 괜찮을까 싶었지만, 역시나였다. 원래는 씨살이좀벌은 새끼를 쳐 놓은 씨앗 속에서 겨울을 났다가 이듬해 봄에 다시 매화나무로 올라가지만, 매실청을 담가놓으니 월동하지 않고 애벌레가 되어서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이 매실청을 버려야 할지, 애벌레만 집어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다행히도 다른 매실청 2통은 애벌레가 보이지 않는다. 씨앗을 빼고 담가 놓기도 했지만, 멀쩡해 보이는 것은 열매 그대로 담가두어서, 혹시 씨살이좀벌이 새끼를 쳐 놓았을 매실도 일부 들어갔을 지 모른다. 애벌레가 있는데 보지 못하는 것인지, 애벌레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인지, 애벌레 자체가 없는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좀 더 자세히 지켜보아야 하겠다.
씨살이좀벌 애벌레를 보고 있자니,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적응하려 하는 생명체의 생존본능에 감탄하게 된다. 원래의 루틴 대로라면 여전히 씨앗 속에 있어야 할 터이지만, 씨앗을 벗어나 밖으로 나온 것은 환경의 변화가 생명을 위협해서일 것이다. 인류도 기후위기라는 생명을 위협하는 환경의 변화를 눈앞에 두고 있거나, 현재 겪고 있는 중이다. 과연 인류는 이 변화 속에서 어떻게 적응할까. 변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애를 쓸 것인지, 이 변화 마저도 과학기술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안도할련지.... 인류가 매실청에 담긴 씨살이좀벌 애벌레 처지가 되지는 않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