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7월 14일 흐린 후 갬 23도~31도
요즘은 과일도 말리고 근채류도 말리고, 잎도 말리고, 다 말린다. 건조기 덕분이다. 태양초 고추라고 말하지만, 실제 100% 태양초는 찾기 어렵다. 일부 건조기를 이용해서 말린 후 햇볕에 말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 에너지 소비다. 태양의 힘만으로 말리려면 날씨에 따라 자주 옮겨야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더디면서도 힘이 많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전기)에너지를 쓰면 시간을 단축시키고, 편하게 건조시킬 수 있다. 야외에 오래 두지 않아 먼지를 뒤집어 쓸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태양 밑에서 건조된 것은 시간의 맛과 정성의 맛을 지닌다. 마치 자동연필깍이로 연필을 깎는 편안함 대신 칼을 이용해 한 번 한 번 옮겨가며 연필을 깎는 수제의 맛, 또는 장인의 맛이라고나 할까.
금화규꽃을 응달에 말리고 있는데 반나절도 되지 않아 꽃이 움츠려든다. 금화규꽃이 달랑 하루 피는 성질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듯하다.
꽃모양 그대로 말리기 위해선 움츠려 들지 않도록 조금 묵직한 것으로 덮어두어야 할 모양이다. 오늘 따낸 금화규꽃은 종이를 두 장 덮어두었다. 반나절이 지난 후 잎이 오그라들지 지켜볼 일이다.
어제 말린 것은 아직도 꽃잎이 축축하다. 이 추세라면 다 마르기 위해선 1주일 가량 시간이 필요할지 아니면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건조기 없이 말리기 위해선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시간과 정성을 들일 여유가 있느냐다. 금화규꽃이 따낸 후에도 자신의 성정을 유지하듯, 빨리 빨리 서둘러 살아온 우리 삶이 과연 느긋한 걸 견딜 수 있을까.
금화규꽃을 말리며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을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