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시간의 귀성길, 엉덩이가 아프다.

무등산을 오르면 나아지려나?

눈꽃을 찾아 그리도 돌아다녔건만 고향에 내려오니 매일 눈발이 거세다.

하루 잠깐 해가 반짝이는 날 무등산에 올랐다. (아, 그 겨울해는 왜 이다지도 밝아 나의 얼굴을 빨갛게 만들었는가?)

10년 여만에 종주를 다시 해본다.

그런데 이 산이 내가 그때 오르던 산이었던가?

안 보이던 산들의 모습이 보인다.

지나쳐갔던 규봉암. 꼬막재서 산장으로 가는 침엽수림의 울창함. 꼬막재서 바라보는 광주호와 얼핏 예상되는 담양의 소쇄원. 그리고 입석대와 서석대의 장대함. 세인봉의 아찔한 절벽. 토기봉 근처의 갈대밭......

인생을 더 살아가다 보면 산의 감추어진 모습을 보듯 삶의 감추어진 모습을 볼 수 있으려나?

하기야 산의 감추어진 모습을 보기 위해 나는 또 얼마나 많은 산들을 올랐는가! 그러니 인생의 감추어진 모습을 보기 위해선 무단히 인생의 길을 걸어야 하겠지...


입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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