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 내린 비와 눈 덕분에 해갈이 됐지만, 올 겨울은 가뭄이 극심했다.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잦았고, 강원도 지역에선 대형 산불이 100시간 넘게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뭄을 이겨내고 들녘 곳곳에 냉이가 지천이다. 여린 냉이를 하나 뽑아봤더니 뿌리가 길다. 한 뼘 이상 두 뼘 넘어 자란 것도 많다. 땅이 가문 탓에 물을 찾아 뿌리를 깊게 내렸을 터이다. 이렇게 길게 내린 뿌리 덕에 가뭄을 이겨내고 냉이향을 뽐내고 있다. 반면 가뭄을 이겨내지 못한 것들은 그대로 시들어 죽었을 거다.
우리가 감당해낼 수 있는 시련은 흔들리지 않는 삶을 굳건하게 이어갈 뿌리를 땅에 박게 만들며, 결국 그 향을 드러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