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투 런 Born to Run - 인류가 경험한 가장 위대한 질주
크리스토퍼 맥두걸 지음, 민영진 옮김 / 여름언덕 / 201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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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의 첫 장을 넘기고 나서 페이지를 더해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문체 탓인지, 번역 탓인지, 용어 탓인지, 문화적 차이 탓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지만, 아무튼 책을 읽는 속도는 떨어지고, 집중력은 약해졌다. 하지만 다행히 100페이지 정도를 넘기니 술술 읽혀진다. 책의 재미 또한 슬슬 가속이 붙는다. 


2. 책의 장르를 무엇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크게 논픽션이라 분류할 수 있겠지만, 마치 소설을 읽듯, 때로는 다큐멘터리를 보듯, 가끔은 논문을 읽는 것처럼, 책은 다양한 내용을 품고 있다. 물론 책은 결국 우리 인류는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내용으로 집약되지만.


3. 저자는 울트라 마라톤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한 부족 타라우마라 족을 만나려 한다. 극도의 체력을 요하는 오래달리기를 걷듯 춤추듯 즐기며 웃으며 달릴 수 있는게 가능한 일일까. 뛸 때마다 부상을 입는 저자로서는 지구상에 거의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뛰는 원시 부족을 만나 그 비결을 묻고 싶었다. 그래서 타라우마라 족과 끈이 닿을 수 있는 카바요라고 알려진 사람을 찾아 나선다. 책은 카바요와 타라우마라 족을 찾는 추적극에 가깝다. 또한 이런 인연으로 인해 카바요가 새롭게 만든 역사적인 울트라 마라톤 첫 대회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진행됐는지를 담아내는 기록지가 된다.


4. [본투런]은 달리기 예찬서라 할 수 있다. 인류는 달리는 것이 본능이라는 점을 인류학, 해부학의 등의 도움을 받아, 타라우마라 족을 통해 실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와중에 뜻하지 않은 세 가지 주장을 만난다. 


첫째는 운동화의 불필요성이다. 우리는 올림픽을 통해 운동선수들의 한계를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첨단 도구들을 접하게 된다. 가끔은 그 기능이 지나쳐 기록이 계속 바뀌다 보니 장비에 제한을 둘 정도다. 달리기도 마찬가지라 생각할 수 있다. 첨단의 운동화는 기록을 좋게 하고 부상을 방지해 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본투런]에서는 운동화가 우리 몸을 망가뜨리고 달리기를 방해한다고 말한다. 그 대표적 주자로 나이키를 들고 있다. 나이키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운동화의 바람을 일으킨 원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치지 않고 잘 뛰기 위해선 신발을 벗어야 한다. 발바닥과 땅바닥이 직접 맞닿으며 진화해 온 우리 몸의 특성이 신발을 신음으로써 방해를 받아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두번째는 채식이다. 물론 우리 조상이 달리기를 한 이유는 사냥을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사냥을 통한 육식은 지금처럼 흔한 일상식은 아니었을터다. 아니, 오히려 사냥에 성공하기까지 주된 음식은 수렵, 채집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역사상 뛰어난 울트라 마라토너들은 대부분 채식을 했다. 우리 몸은 채식에 더 알맞게 진화해왔다는 것이 저자 맥두걸의 생각인 것처럼 보인다.


세번째는 현재 인류의 조상이 네안데르탈인 등 다른 종이 아닌 사피엔스인 것은 순전히 달리기 덕분이라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라는 책에서 인류의 진화는 언어를 통한 이야기 만들기, 즉 허구의 신화 덕분이라고 말한다. 이 허구의 신화 덕분에 인류는 소집단에서 벗어나 수천명 수만명이 함께하는 대집단을 구성하고, 다른 동물보다 우위에 섰다고 말한다. 하지만 [본투런]은 사피엔스가 우리 조상이 된 것은 달리기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사피엔스와 같은 시기를 보냈던 네안데르탈인은 육식을 좋아한 덕분에 몸집도 크고 힘도 셌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점차 먹을 것을 얻지 못하면서 멸종이 됐다는 것이다. 반면 사피엔스라는 종은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사자, 치타, 영양, 토끼 등등) 단 몇 분, 길게는 몇 십 분 아주 빨리 달리는 것이 아니라, 몇 시간이고 달릴 수 있는 능력 덕분에 수렵, 채집과 함께 사냥도 가능해 유연한 식단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이런 장거리 달리기를 통한 사냥은 혼자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집단을 통해야만 가능하다는 것도 생존의 장점으로 꼽힌다. 유발 하라리가 말한 언어, 신화 이전에 함께 달리기 위해 집단을 구성하고 힘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5. 그런데 달리기 위해 태어난 인류는 왜 달리는 것을 이토록 싫어하게 됐을까. 인류를 문명으로 이끈 뇌의 발달은 달리는 본능과 대척되는 또하나의 본능을 갖고 있다. 바로 쉴 수 있을 때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것. 저자는 우리 몸 중 가장 효율을 따지는 조직이 바로 뇌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몸무게의 2% 정도밖에 되지 않는 조직이 우리가 쓰는 에너지의 20% 이상을 쓰니 효율을 따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뇌는 에너지 효율에 얽매여, 우리 몸이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는 최대한 에너지를 쓰지 않도록 진화해왔다. 하지만 이런 진화는 현대인들에게 독이 되는 측면이 많다. 소파에서 뒹굴뒹굴하며 각종 성인병을 가져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건강하고 싶다면 당장 밖으로 뛰쳐나가 뛰어야 한다.   


6. [본투런]은 저자가 타라우마라 족을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새롭게 펼쳐지는 울트라 마라톤 대회의 성사, 이 대회에 참가하게 되는 다양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마라토너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게다가 다양한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한 뜻밖의 위 3가지 주장은 지적 충격을 주며 재미를 선사한다. 게다가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는 당장 뛰고싶은 마음이 솟아나니,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적극 추천한다. 그리고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도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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