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8월 9일 맑음 21도~32도
농약과 화학비료를 주지 않아도 잘 자라는 것들이 있는 반면,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것들이 있다. 추측건데 품종이 인간의 손을 거쳐 자연 상태에서 얼마만큼 많이 개량되었는지에 따라 반응이 다른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개량종은 농약을 사용해도, 또는 화학비료에 반응해 잘 자랄 수 있도록 그 성질을 바꾸어 갔다고 할 수 있겠다.
아무튼 집에서 키우고 있는 블루베리는 오직 퇴비만으로 잘 자라고, 또 열매도 맛있으면서 풍성하게 달리고 있다. 하지만 체리와 사과는 전혀 다르다. 체리는 살아남은 나무도 별로 없거니와, 살아남은 것들도 열매를 달고 있지 못한 상태다.
올해 심은지 3년이 된 사과나무(부사)의 사과가 얼룰덜룩해졌다. 올해 처음으로 열매를 맺었지만 과연 이 상태로 사과를 따 먹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미니사과보다는 크고 일반 부사보다는 작은 새 품종의 사과도 마찬가지다. 익는 시기가 부사보다 빠른지 색이 벌써 빨갛게 들었지만, 상태는 부사처럼 얼룩덜룩하다.
이런 사과를 보고 있자니, 과연 농약 한 번 치지않고, 화학비료 한 숟가락도 주지 않은채 사과를 키워내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든다. 일본에서 '기적의 사과'로 불렸던 기무라 아키노리씨의 사과는 진짜 가능한 것일까.-하지만 블루베리를 키워본 입장에선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 본다- 물론 기무라 씨의 사과도 제대로 수확하기까지 긴 시간을 필요로 했다. 기억으로는 9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안다. 개량품종이 야생의 상태에 적응하는 시간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 시간이 걸려서라도 제대로 적응만 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 않을까 싶다. 영양분과 맛은 풍부하고, 절대 썩지 않는 저장력까지 지닌 기적의 사과를 얻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실제 이 기적의 사과밭에 다녀온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과장된 측면이 많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도전해본다. 자연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다양한 미생물로 가득한 건강한 땅에선 모든 생명체가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