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7월 22일 맑음 23도~34도 불볕 더위
낫으로 풀을 베다 잠깐 멈칫했다. 보라색 꽃을 발견한 것이다.
그렇게나 기다렸던 맥문동꽃이다. 만약 꽃을 피우지 않았다면 그냥 풀인줄 알고 베어버렸을 것이다. 특히 이번에 꽃을 피운 맥문동 근처에는 맥문동과 너무나 비슷한 풀들이 즐비해 구분이 어려웠다.
주위를 둘러보니 꽃을 피운 맥문동이 더 보였다.
처음에 보았던 맥문동과는 달리 다른 곳의 맥문동은 망초꽃을 비롯해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는 모양새가 꽤 예쁘다.
맥문동을 심은지 3년 만에 처음 보는 꽃이다. 매년 풀 속에 파묻혀 있어서 풀을 벨 때 함께 베어지는 통에 꽃을 피우지 못했다. 올 봄 처음 풀베기를 할 때 맥문동을 발견하고 주위의 풀들을 뽑아준 덕분에 다행히도 꽃도 피우고 구분도 할 수 있었다.
맥문동 주위를 정리하고 나니 지금까지 이렇게 잘 살아준 것이 기특하다. 맥문동도 생명력이 강하고 번식력도 뛰어나지만 잡초의 기세를 이기는 것이 쉽지 않았나 보다. 꽃까지 피우고 했으니 주위로 번져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나, 맥문동이야!' 언젠가는 자기를 알아봐 줄 것을 알고 풀 속에서 기어이 꽃을 피워낸 모습이 마치 자신이 맥문동임을 선언한 듯 보인다. 생명이 있는 한 기어코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