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7월 19일 소나기 23도~32도
연일 불볕더위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흐른다. 이런 더위에도 풀들은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정말 대단하다.
블루베리 나무들은 어느새 풀 속에 파묻혔다. 30~40키로는 더 딸 수 있을 것 같던 열매들도 풀 속으로 사라졌다.
올해 블루베리밭의 풀을 세 차례 베면서 드러나는 참사? 미처 따지 못했던 블루베리 열매들이 땅에 다 쏟아져 있다. 대부분 새나 벌레들이 건드려놓아서 비바람에 힘없이 떨어진 것들로 보인다. 하지만 꼭 참사인 것만은 아니다. 이 열매들이 썩어서 양분이 되어줄 테니 말이다.
문제는 풀 속에 파묻혀 있으면서 벌레들이 신이 났다는 것이다. 블루베리잎까지도 먹어치운 흔적들이 이곳저곳에서 보인다. 이렇게 잎을 뺏겨버린 블루베리가 잘 자라날 수 있을지 걱정된다.
하지만 모든게 문제 투성이인 것은 아니다. 새 가지를 내놓고 쑥쑥 자란 블루베리도 몇 그루 마주칠 수 있다. 풀을 버텨내고 잘 자라준 블루베리는 정말 기특하다. 이 나무들의 새가지를 잘라 삽목을 하면 풀 속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블루베리가 되는건 아닐까 상상해본다.
풀을 베면서 드러나는 블루베리 상태 속에서 절대적으로 좋은 것도, 반대로 절대적으로 나쁜 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베어진 풀들은 다시 흙으로 돌아가 블루베리의 양분이 되어 줄 것이다. 자연은 순환이라는 범주 안에서 계속 변화할 뿐이며, 그 변화의 과정이 인간의 마음에 드느냐는 결코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것을 깨우친다. 다만 인간의 마음에 들도록 힘을 가하는 작업이 바로 농부의 일일 뿐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