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7월 8일 소나기 22도~31도
장맛비라기 보다는 그야말로 야행성 소나기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어두워지면 쏟아지는 빗줄기가 집안에 경쾌한 소리를 울려댄다. 밤새 퍼붓던 비는 해가 뜨면 언제 그랬냐는듯 개고, 습한 공기에 햇살이 내리쬔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블루베리에 쏟고 있던 신경도 비가 오는 통에 다른 곳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부사는 어느새 아이들 주먹만큼 자랐다. 다 커서 익기까지 아직도 4개월 정도가 남았는데, 과연 벌레와 새 피해를 잘 견뎌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미니사과인 알프스오토메는 부사와 비슷한 시기에 열매가 맺혔음에도 자라는 것은 더디다. 다 커봤자 지금 부사 크기만큼밖에 되지 않을터라 몸집을 불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열매를 솎는 작업을 충분히 해주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열매솎기를 더 해주었다.
사과는 본성대로 크고 있다. 작은 사과는 작게, 큰 사과는 크게. 작은 사과가 크겠다고 발버둥치지도, 큰 사과가 자라지않겠다고 떼를 쓰지도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특성을 충분히 발휘하는 것만으로 예쁘고 탐스럽다.
대추나무에도 꽃이 피고 지고 있다. 지난해 벌레에게 피해를 다 입고 겨우 한 개 간신히 따먹었던 기억이 난다. 나무도 많이 크고 꽃들도 훨씬 많이 피었지만, 과연 열매를 얼마나 맺을지, 그리고 수확이 가능할지 기대반 걱정반이다.
복분자는 일부가 검게 익었다. 익는 시기가 차이가 커서, 한꺼번에 수확한 후 청을 담거나 술을 담는 것이 힘들듯하다. 복분자 나무가 많다면 상관 없겠지만, 겨우 두 그루에서 이렇게 차이가 나, 수확량이 조금씩 나오다보니 처리하기가 쉽지않다. 그냥 익는대로 따다가 다른 과일과 섞어 갈아먹어야 할까. 아무튼 풀과 뒤섞여 있어도 성장세를 멈추지 않고 자라는 복분자의 생명력이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