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과 함께 농사를 짓다보면 풀을 대하는 방식이 크게 두 가지가 있음을 체험하게 된다. 바로 풀 베기와 풀 뽑기다. 


풀 베기는 말 그대로 낫이나 예취기를 이용해 풀을 잘라내는 것이다. 풀 베기는 보통 풀 하나 하나를 잘라내지 않는다. 풀 무더기를 자른다. 속도전이다. 쭉쭉 쳐 내려간다. 뭉텅이로 잘려 나가는 풀들은 마치 사람이 상처를 입을 때 흘리는 피에서 냄새가 나듯 풀 잘린 냄새가 난다. 어떤 풀을 베든 그 냄새는 비슷비슷하다. 마치 어떤 사람의 피 냄새든 모두 비슷하듯 말이다. 


하지만 풀을 뽑는 것은 다르다. 풀을 뭉텅이로 잡고서 뽑으려고 하면 잘 뽑히지 않는다. 하나 하나 손으로 움켜쥐어야 한다. 풀 하나 하나를 손으로 잡다보니 손아귀 안의 풀이 어떤 풀인지를 알게 된다. 이름을 모르더라도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특성이 있는지가 눈에 보이고 손에 감각되어진다. 즉 풀을 뽑으면 그 풀이 손에 느껴져 새겨지는 것이다. 그리고 뿌리채 뽑히며 내뿜는 냄새는 피비린내 같은 풀냄새가 아니라 풀 고유의 향이 난다. 풀 저마다의 향을 내뿜는 것이다. 


베어진 풀은 다시 자라난다. 우리가 상처를 받고 피를 흘려도 다시 일어서는 것처럼. 뽑혀진 풀은 뿌리에 흙을 머금은채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우리도 언젠가 다시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다만 풀이 자신의 향을 세상에 내뿜고 사라지듯, 우리는 나만의 향을 뿜어내고 돌아갈 것인지 모를 일이다. 풀이 뿌리를 흙에 내리듯, 우리는 온 몸에 나의 향기를 쌓아가야 한다. 그래야 흙으로 돌아갈 때 나의 향이 드러날 것이다. 다른 누구와도 똑같은 향이 아닌 나만의 향을 갖는 일은 오늘 하루 온몸으로 내가 행한 것들로 이루어진다. 흙으로 돌아가는 그날, 세상을 향해 내뿜을 그 향이 아름답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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