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6월 30일 맑음 20도~28도
요즘 아침 저녁으로 블루베리를 따느라 다른 곳을 둘러볼 시간을 못내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풀은 정말 부지런히도 자라고 있다. 상추를 심은 곳 주위로는 상추보다 키가 큰 풀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고추는 자랄 생각을 않는데, 고추를 둘러싼 풀들은 열심히도 키를 키운다. 풀과 함께 키우는 요령은 도라지로부터 배워야 할 성싶다.
도라지를 심은 곳 주위에는 풀을 찾아볼 수 없다. 도라지가 허리춤만큼 자라면서 풀이 자리를 못 잡은 것이다. 도라지가 자라는 초기, 즉 4월 경 도라지 주위의 풀들을 깨끗이 뽑아냈다. 도라지가 무릎 이상으로 자랐을 때 한 번 더 풀을 뽑아주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는 방치 상태. 하지만 이미 허벅지만큼 자랐던 도라지는 풀과의 싸움에서 쉽게 승리했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세상에 홀로 내던져져도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만 옆에서 살짝 도와주면 된다. 다 자랄 때까지 도움의 손길을 뻗칠 필요는 없다. 스스로 해낼 수 있는 힘을 갖추도록 도와주고, 그 힘을 갖추는 순간 스스로 일어서도록 두면 될 일이다. 도라지가 스스로 자라는 것 마냥.
그러다보면 어느덧 아주 예쁜 도라지꽃을 피워낼 것이다.
황기도 도라지처럼 쑥쑥 자라나더니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황기도 마찬가지로 무릎깨까지 자랄 때까지만 주위의 풀을 뽑아주고, 다음부터는 손길 한 번 주지 않았다. 풀과의 싸움에서 초반에 작물이 자리를 잡고 자랄 때까지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바로 그점이 어렵다. 초반 풀과의 싸움을 지지해 줄 시간과 힘을 나누는게 쉽지 않다. 그래서 뒤늦게 심은 상추와 고추는 오히려 풀과의 싸움에 뒤져 혼쭐나고 있다. 지금이라도 얼른 풀들을 정리해주면 큰 도움이 될 테지만, 블루베리에 온 신경을 쏟는라 여력이 없다.(물론 핑계다) 내가 감당할 만큼만 심겠다며, 올해는 대폭 텃밭 작물을 줄였음에도 역부족임을 실감한다.
그럼에도 풀만큼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는 것도 있다. 복분자다. 한쪽에선 열매가 한창 익어가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선 새 가지를 뻗어내고 이제 꽃을 피워내고 있다. 복분자 주위 풀들도 한껏 키를 키워내보려하지만, 복분자의 성장세를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다.
도움을 주어야 할 시기가 있다.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손길을 주는 것. 그것은 때를 놓치고 뻗는 손길보다 수십 배 강력한 힘이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