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 - 인간은 어떻게 미지의 세상을 탐색하고 방랑하는가
마이클 본드 지음, 홍경탁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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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가르쳐 준 사실 중의 하나는 인간이 꽤나 여행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집에 콕 박혀 사는 것만으로 우울증을 겪는 코로나 블루는 인간의 여행욕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기본 욕구라 할 수 있는 식욕, 성욕, 수면욕에 더해 여행욕구를 집어넣어야 할 판이다.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다. 인류가 지구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여행욕구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전 세계 곳곳으로 확장되어진 것은 길을 떠난 덕분이다. 


최근 아카데미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을 받은 영화 <노매드랜드>가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도 이런 길을 떠나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물론 서브 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한 미국의 경제적 충격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지 중 하나였던 노매드 족의 모습을 통해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끌어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근저에는 결국 길을 나서고야 마는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나빌레라>에서 할아버지 심덕출은 알츠하이머를 앓았다. 알츠하이머의 증상을 표현하는 기억력 상실 중 초기부터 나타나는 것은 바로 길을 잃는 것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집으로 가는 길은 무엇인지를 전혀 알 수 없는 공포감이 엄습한다. 길을 나서고 찾는 것은 인류 초기 생존과 직결된 사냥을 위한 기본적인 지식이었을 테며, 그런 과정을 통해 인간의 뇌는 발전을 거듭해 왔을 것이다. 반대로 알츠하이머와 같은 병에 걸리면 우리는 생존의 중요한 덕목인 길을 찾는 능력을 잃고 마는 것이다. 


한 번 생각해보라. 당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곳에 홀로 놓여져 있다고. 그것만큼 두려운 것은 없을 것이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만으로도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불러온다. 반면 길을 찾고 나서는 것은 삶을 이어가고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 


이책 <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은 인간의 길찾기 능력이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은 물론 성실함, 창의성, 우울증 등등 다양한 정신적 능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뇌과학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아이들을 바깥 공간에서 모험을 즐기도록 키워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뇌의 발달을 위해 가끔은 낯선 곳에서 길을 찾아 나서야 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GPS를 끄고 오직 우리의 몸으로 주위를 관찰하며 한 발 나아가는 훈련도 필요하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우울감. 우리 동네의 가보지 않은 낯선 곳으로 길을 나서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극복되어지지 않을까. 자, 이제 GPS는 꺼둔채 발걸음을 옮겨보자. 길은 결국 찾아지리라.  

도시 설계의 다섯가지 요소
이동경로, 경계, 구역(도시 내부에 있는 별개의 영역), 노드(사람들이 모이는 연결점이나 장소), 랜드마크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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