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4월 14일 맑음 0도~16도



직파했던 곳에서 싹이 나오기 시작했다. 씨앗별로 싹을 트는 조건이 다를뿐더러, 싹을 내는 시기도 제각각이다. 아무튼 나중에 심었지만 조건이 잘 맞아서 일찍 싹을 트는 것들이 고개를 내민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고개를 내민 싹이 꼭 내가 심었던 씨앗에서 나온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풀들도 열심히 싹을 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게 풀의 싹인지, 씨앗을 뿌려놓은 것인지 구분하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다. 다만 일정한 간격으로 비슷한 모습의 싹이 나온다면, 아무래도 흙에 묻어놓은 씨앗일 확률이 높을 뿐이다. 직파한 것 중 가장 먼저 싹을 내민 것은 아무래도 금화규인 듯하다. 



그런데 싹을 내밀자마자 수난이다. 벌써 벌레들이 식사를 즐긴 모양새다. 어린 싹은 여린데다 벌레들의 입장에선 독성도 적어 맛있는 식사감이 될 것이다. 상품을 내놓아야 하는 농부들이라면 농약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집에서 먹을 요량인지라, 또 혹여 누군가에게 선물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눈에 보이는 벌레 정도는 손으로 잡고, 나머지는 생태계의 먹이그물에 맡긴다. 


초기 벌레들이 조금 있을 때는 식탁 위에 올릴 가능성이 높지만, 점차 벌레가 극성을 부릴 때가 되면 실패를 맛본 경우가 많다. 하지만 흙을 살려 생태적인 방법으로 농사짓겠다는 원칙을 어겨가며 수확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그냥 벌레들에게 모두 양보할 수는 없다. 생태적 농사, 즉 일방적인 뺏기가 아닌 나눠먹을 수 있는 방법들을 계속해서 찾아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생태계도 점차 균형을 잡아갈 것이라는 믿음하에 올해도 많이 양보할 심산으로 싹을 키워간다. 아니, 싹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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