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4월 13일 흐린 후 맑음 2도~16도



수선화가 피었다. 언제 피었는지도 몰랐다. 아니, 언제 이만큼 자랐는지조차 몰랐다. 지난해 심었던 수선화인데, 죽지 않고 살아서 이렇게 꽃을 피운 것이다. (봄)구근류는 이렇게 겨울엔 죽은듯 자취를 감추었다 봄이면 활짝 생을 펼친다. 그러고보니 지난해 심었던 백합을 모조리 멧돼지에게 뺏긴 것이 분하다. 멧돼지가 구근을 먹어치우지 않았다면 지금쯤 싹을 내밀고 머잖아 꽃을 피웠을 텐데 말이다. 


구근류의 장점은 바로 이런데 있는 것 같다. 겨울동안에 자취를 감추었다 봄에 존재를 드러내는 것 말이다. 여러해살이 풀은 한 번만 심으면 된다. 딱 한 번만 땅을 헤집고 심어놓으면 이런 마술을 펼친다. 반면 한해살이풀은 매해 땅을 파고 심어주어야 한다. 아, 물론 씨앗이 땅에 떨어져 자연스럽게 싹을 내밀기도 하지만 말이다. 


뉴욕 하이라인의 식재로 유명한 정원 디자이너 피트 아우돌프는 <자연주의 정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 <여러해살이 풀>을 애용한다. 아마도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사람의 손을 최대한 거치지 않는 자연적 방식이란 매해 심고 가꾸는 것보다는 한 번 식재하면 매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여러해살이 풀이 제격일테니 말이다. 나 또한 한해살이 풀 보다는 여러해살이 풀이 매력적이다. 지금은 다목적용 식물을 주로 심고 있지만, 한쪽엔 경관용 여러해살이풀로 가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수선화꽃뿐만이 아니었다. 블루베리에 주로 신경을 쓰다보니 다른 나무들도 제각각 성장에 온힘을 쏟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체리나무에도 꽃이 폈다. 아쉬운 것은 십여그루 중 단 한 그루에만 꽃이 피었다는 것이다. 조금 더 지켜보면 몇 그루 더 꽃을 피울지는 모르겠다. 물론 꽃을 피워도 대부분 열매를 맺을 때쯤 벌레들에게 다 양보하고 말테지만 말이다. 



사과나무에도 꽃봉오리가 맺혔다. 4그루 있는 것 중에 이것도 한 그루만 꽃봉오리가 보인다. 뭐, 다른 사과나무도 조금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품종이 다르다보니 자라는 속도도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꽃을 맺은 것 중에 식탁 위에 오를 과일은 얼마나 될지 기대 한 편 속에 걱정이 깃든다. 올해는 내가 키운 체리와 사과 맛 좀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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