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일이 없는 외로운 사람의 감정이 가슴에 와닿지 못하고 사그라졌다. 너무 무겁게 너무 비장하게 흐르지 않으려는듯 웃음을 집어넣었지만, 오히려 감정의 흐름만 깨뜨린듯. 이 영화의 교훈은 <총은 칼보다 강하다>는 것. 볼거리★ 생각거리★ 마음거리


2. 조직의 행동대장이라 할 엄태구는 유일한 가족인 누나와 조카를 교통사고로 잃는다. 그는 교통사고가 자신을 향한 경고였다 생각하고, 지시를 내렸을 것이라 여긴 조직의 보스를 살해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그는 쫓기는 신세가 되었고, 제주로 몸을 숨긴다. 이곳에서 시한부로 살아가는 한 여인을 만난다. 그녀는 삼촌으로 인해 러시아 마피아들에게 가족들이 몰살당한 사건을 겪었다. 피붙이 하나없이 홀로 남겨져 언제 죽게될지 모르는 이 두 남녀가 서로에게 기대며 아주 작은 희망 하나를 품어본다. 


※스포일러주의

3. 영화는 반전을 준비해놓았다. 하지만 느와르라는 장르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 악당 중에서도 악당이라는 캐릭터를 구성해놓고, 이를 향한 분노를 키워간다. 하지만 모두가 결국 악당이다. 그냥 싹 쓸어버리고 싶은.... 그래서 영화는 확실히 싹 쓸어버리지만, 통쾌함 보다는 허무함이 가득하다.     


4. 영화의 액션은 곳곳에서 피를 튀긴다. 특히 칼은 무자비하다. 하지만, 칼은 상대와 가까워졌을 때만 살인무기가 된다. 총은 멀리서도 한방에 깨끗하게 보낼 수 있다. 총보다 무서운 칼솜씨를 선보였다면 르와르가 아니라 무협영화였을 것이다. 총을 총처럼 다루지 않고 칼처럼 다룬다면 액션영화였을 것이다. 총이 칼보다 강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낙원의 밤>은 총이 느와르의 최적의 도구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총알이 발사되고 난 후 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느와르의 비장함이 묻어난다. 하지만 이 비장함은 세기말적 시대의 이미지다. 2021년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이런 비장함이 겉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