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시작으로 전세계 75관왕을 기록중인 영화. 미국 이민 가족의 절망과 희망이 뒤섞인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 볼거리★★ 마음거리 생각거리 


2. 한국을 떠나 새로운 희망을 찾아 미국 아칸소를 찾은 가족. 아버지는 농장을 일구는 꿈을 꾸고, 어머니는 일자리를 찾는다. 심장이 약한 어린 아들과 누나를 돌보기 위해 외할머니가 한국에서 날아와 함께 한다.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라고 말하는 할머니의 말처럼 이 가족은 꿋꿋한 생명력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3. 영화를 보며 든 생각은 이민자의 애환보다는 오히려 귀농자의 애환을 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가족이 미국으로 가면서 겪게되는 갈등이나 어려움이 전혀 이민자만이 겪는 것으로 보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적이나 인종으로 인한 차별이나 무시보다는 오히려 시골에서 농사짓는 삶을 선택한 이의 애환이 더 도드라져 보였기 때문이다. 


4. [미나리] 초반 주인공 제이콥(스티븐 연)은 아내에게 왜 아칸소의 이 농장을 택했는지를 설명한다. 땅에서 흙을 한움큼 쥐면서 땅 색깔을 보라고 말한다. 미국에서 가장 기름진 땅이라면서. 기름진 땅일수록 땅은 검은색을 띤다. 유기물과 부식이 많을 수록 땅은 건강하고 기름지며 검기 때문이다. 제이콥의 손에 움켜쥔 흙의 색이 까맣다는 것을 보여줬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5. 농사를 또는 집을 짓고 살 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물이다. 개인적으로도 집 지을 땅을 보러다니면서 중시했던 것 중의 하나는 물이었다. 모든 조건을 만족시킨다 하더라도 물이 부족하면 낭패를 보게된다. 농사를 지을 때 가뭄을 이겨낼 힘이 부족하다. 생활을 할 때도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제이콥은 전문가의 도움없이 스스로 물길을 찾았지만, 물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다. 결국 비용을 아끼려 했던 마음을 접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다시 물길을 찾게된다.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가기가 결코 쉽지않은 곳이 농촌이다. 


6. 농사를 짓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판매라고들 한다.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도 팔 곳이 없으면 다시 흙으로 돌아가야한다. 제이콥은 자신의 농산물을 구입하기로 했던 사람이 약속을 어기면서 어려움에 처한다. 미국 땅으로 한 해 들어오는 이민자 수만 몇 만명이기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국 채소를 심어 판매하려 했던 그의 계산이 어긋나버렸다. 그는 '한국 사람은 믿을 수가 없다'며 분노를 쏟아낸다. 직거래를 하는 귀농자들에겐 판매망이 없기에 초기엔 대부분 지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쓴맛을 맛보는 경우가 발생한다. 믿었던 사람들로부터의 외면은 그 상처가 크다.


7. 판매망까지 잘 갖추었다 하더라도 농산물을 보관하고 저장하는 것 또한 쉽지않다. 단 한 번의 기후변화나 기계 오작동 등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가 있다. 제이콥은 창고화재로 인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절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농부는 다음해가 되면 또다시 씨를 뿌려야 한다. 


8. 제이콥 부부의 갈등은 화재라는 큰 사건으로 인해 봉합된 듯 보여진다. 하지만 이 부부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된다. 제이콥이 갖고 있는 농부의 꿈을 모니카(한예리)는 전혀 이해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한 이들에게 귀농에서 중시해야 할 것 중의 하나는 부부가 함께 같은 길을 갈 수 있느냐다. 꼭 부부가 아니더라도 농사란 혼자 짓는 것이 쉽지 않기에 뜻을 함께 할 사람이 필요하다. 모니카는 결국 제이콥의 꿈에 동행하기보다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날 것처럼 보인다. 


9. 영화 [미나리]는 이민자의 삶을 다뤘지만, 실은 귀농자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 희망을 꿈꾸는 모든 이들이 미나리처럼 잘 자라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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