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뉴스로 가끔씩 접하는 보복운전은 재수없는 사람들이 겪는 황당한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음 속에 분노로 가득찬 운전자가 시한폭탄과 같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영화 [언힌지드]는 짜증스런 경적 소리가 어떻게 자신은 물론 자신을 둘러싼 인물들의 목숨을 위협하는지를 짜릿하게 보여준다. 안전운전은 기본, 방어운전은 필수! 그리고 이젠 양보운전을 장착하라~


2. 레이첼은 아이를 학교에 등교시키려 차에 올랐지만, 고속도로는 꽉꽉 막혔다. 그런데 이게 한두번이 아니다. 엄마는 아이의 지각을 교통정체 탓으로 돌리지만, 아들은 엄마가 늦잠을 잤기 때문이라 여긴다. 꽉 막힌 도로를 감안해 일찍 서두를 생각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다. 레이첼의 지각은 습관화된 듯하다. 미용사로서 고객과의 약속에서도,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만남에서도 늦는 일이 잦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가 지각을 할 판, 게다가 앞차가 신호등이 바뀌었는데도 꼼짝을 하지 않는다. 짜증섞인 경적을 울리며 추월한다. 그런데 이 차가 자신의 차를 쫓아와 정중하게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주의를 주는 경적이 아니라 짜증을 내는 경적이었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레이첼은 사과를 거부한다. 픽업트럭의 운전자(러셀 크로우)는 "힘든 하루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협박한다. 그리고 그 협박은 말로 그치지 않고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을 찾아서 죽이기 시작한 것이다.  


3. 보복운전을 소재로 했지만,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것은 분노로 가득찬 세상이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 사회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실직의 두려움, 이혼이나 상실의 아픔을 언제 맞이할지 모른다는 불안함이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다. 이런 불안감 속에서 항상 무엇인가에 쫓기는듯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 신경이 닳고 닳는 순간 화가 언제 터져나올지는 알 수 없다. 


4. 영화의 제목 [언힌지드]는 경첩이 빠진 문의 상태를 말한다. 언제 떨어져나갈지 모르는 문짝이란 얼마나 불안정한가. 현대인이 겪고 있는 삶이란 경첩빠진 문과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첩>이다. 문을 꽉 잡아줄 <경첩> 말이다. 그 경첩은 실직을 해도 재기할 수 있는 기반, 가족과 친구를 잃어도 외롭지 않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 여러번의 스타트업 도전이 가능할 정도의 지원 등등 소위 말하는 삶을 견고하게 해줄 수 있는 복지정책이 될 수 있겠다.

안정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양보는 저절로 생기지 않을까. 도로위의 보복은 자신이 손해봤다거나,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했다는 피해망상에서 비롯되었을 테니 말이다. 자신이 조금 손해를 봐도, 피해를 입어도 금방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면, 보복심리는 조금도 꿈틀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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