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는 네이버 웹툰 [기기괴괴]의 '성형수'편을 영화화한 것이다. 성형수를 물에 희석해 얼굴과 몸을 20분간 담그면 자신이 원하는대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다. 성형수를 둘러싼 사건과 표현이 대담해 자칫 구토를 유발(?)할지도 모르겠다. 성형에 대한 발칙한 상상력과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우려가 잘 녹아있다. 사건이 어떻게 결말을 맺을지 궁금해지기에, 잔혹한 표현에 거부감 없이 볼 수 있다면 추천. 


2. 외모도 실력인 세상. 다이어트와 화장과 관련된 시장은 꺼지지 않는 불꽃이다. 외모 때문에 차별받은 경험이 있다면, 외모를 바꾸고 싶은 열망에 들뜰 수밖에 없다. 예뻐지기만 하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다고 믿는 이에게 예뻐질 수 있는 비결이 있다는 광고문자가 날라온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기기괴괴 성형수]의 주인공도 어렸을 적 발레 대회에서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은 순전히 자신의 외모 탓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중도에 발레를 그만두고 지금은 연예인들의 메이크업을 맡고 있다. 하지만 외모 때문에 자꾸만 업신여김을 당한다. 그러던차 '성형수'의 광고를 보게된다. 성형수를 통해 외모가 180도 바뀐 그녀는 연예계로 화려하게 데뷔한다. 하지만 더 예뻐지고자 하는 욕망과 자칫 과거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그녀를 옥죄고, 잠깐의 방심으로 성형수의 부작용 피해를 입게 된다. 과연 그녀는 이 피해를 이겨내고 화려한 외모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3. <관종>의 시대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타인의 관심을 받지않고 살아가는 것은 힘들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삶이란 불가능에 가깝다.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면 사랑받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이 도를 지나쳐 타인의 관심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면 문제가 된다. 

SNS의 발달로 '나 좀 봐주세요'라고 외칠 수 있는 공간이 넘쳐난다. 더군다나 다양한 앱을 통해 카메라에 비쳐진 자신의 모습을 여러가지로 왜곡해서 표현할 수 있게됐다. 물론 더 예쁘고 당당한 모습으로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앱으로 표현된 나와 실제 나와의 차이가 커질 수록, 그리고 그 차이를 느껴가는 정도가 심해질 수록 우울감은 커질 수 있다. 왜 진짜 나는 앱 속 나가 될 수 없는지 무력감이 커져가는 것이다.

'좋아요'에 대한 탐닉은 또 어떤가. '좋아요'는 SNS관계를 돈독히 해주는 도구로 발명되었지만, 자기애의 탐닉과 중독으로 이어졌다. 조회수가 낮고 '좋아요'가 없으면 나의 진짜 삶조차 불안해진다. 

더군다나 요즘은 '좋아요'를 넘어 '구독'이 경제적 힘까지 줄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게 됐다. '날 좀 봐주세요'에 대한 집착은 점점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가 나를 봐준다는 것은 힘(경제적인 것을 포함해 권력까지)을 얻을 수 있는 큰 비결 중의 하나가 된 것이다. 게다가 예전엔 정말 특별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라 여겨졌지만, 이젠 그 힘을 누구나 가질 수 있을것처럼 보인다. '날 좀 봐주세요'의 유혹은 더욱 큰 것이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그 욕망이 어떻게 비뚤어지고, 비극을 불러오는지를 호러라는 장르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성형을 통해 예뻐지고 싶은 욕망으로 표현되었지만, 그것은 결국 관심의 다른 이름이다.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으며 살아가야 할지 SNS의 홍수 속에서 발버둥치며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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