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 4도~22도 맑음
서리가 언제 내릴지 조마조마하다. 이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기 보다는 수확할 수 있는 것들은 잘 갈무리하는게 나을 성싶다.
멧돌호박이 누렇게 잘 익은 것이 눈에 띈다. 지난해에는 5개 중에 2개가 벌레 피해를 입어 겨우 3개를 건졌다. 게다가 체 못익은 것들이 많아 아쉬움이 컸다. 고구마는 아주 조금 심어서 겨우 맛만 보는 정도였다.
올해는 늙은호박 수확이 괜찮은 편이다. 호박의 곁순을 제거하는 등의 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방치한 것이다. 너무 무성하게 자라는 통에 블루베리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꽃은 많이 폈지만 수정은 생각만큼 많이 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워낙 세가 강해서 호박이 열린 게 꽤 많았다. 그 중에서 잘 익은 것만 따놓고 보니 8개 정도가 나왔다. 늙은 호박은 건강원에서 생강과 대추 등을 넣고 함께 달여서 두고두고 먹을 생각이다. 아직 익지 않은 것과 열매를 맺은지 얼마 되지 않은 것들도 따로 수확해서 찌개나 볶음 등으로 먹으면 좋겠다.
고구마는 생각보다 수확량이 적었다. 고구마 줄기가 무성해서 올해 고구마 줄기 나물은 실컷 먹었다. 하지만 막상 고구마는 수량이 많지 않았다. 한 줄기에 겨우 두세개 정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럭저럭 먹을 정도의 크기는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정말 주먹보다 작은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말이다. 일단 수확한 것은 햇볕에 말렸다. 3일 정도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 등에 놓아 높은 온도에서 후숙시켜야 맛이 잘 든다.
고구마를 수확하고 남은 잔사들은 고구마밭으로 돌려보냈다. 따로 비료 등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잔사를 흙으로 돌려보내야 땅이 고구마에 빼앗긴 영양분의 일부를 되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밭에는 무씨를 뿌려놨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무가 싹을 내고 어느 정도 자란 다음에 겨울에 얼어죽는 과정을 통해 영양분이 땅으로 스며들도록 하기 위해서다. 즉 사람이 먹을 것이 아니라 땅이 먹을 것을 위해 무씨를 뿌린 것이다.
땅도 살아 숨쉬는 존재다. 그 속에는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미생물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땅을 생명으로 대한다면 절대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