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집콕생활을 한지도 벌써 얼마인가. 답답한 마음을 풀어보려 한가한 시간에 전북 김제에 위치한 금산사에 다녀왔다. 



금산사는 백제시대 창건된 절로 미륵전(국보 제62호)이 유명하다. 옥내 입불로는 국내 최고 크기(11.82미터)인 미륵불을 모시고 있는 3층 건물로 속리산 법주사의 팔상전 마냥 속이 텅 비어있다. 3층까지 뻥 뚫린 이 공간에 미륵불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속리산 법주사의 금동미륵입상(33미터)도 미륵불이다(불상의 크기로만 따지면 충북 음성의 미타사 지장보살이 41미터에 이른다).


미륵불이 이렇게 큰 이유로는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바라보는 시선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렇게 큰 불상을 개인이 혼자 가질 수 없을뿐더러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누구나 바라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반대로 그 크기에 압도당할 수도 있다. 부처란 중생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해탈의 경지로 이끄는 자애로운 존재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하다고 여겨진다. 


아무튼 금산사는 미륵신앙의 성지다. 미륵은 미래불로 모든 중생을 고통에서 해방시키는 '구세주'다. 이런 해방의 성격이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혁명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실제 미륵을 모시며 혁명을 꿈꾸던 선인들도 많았다. 이런 해방의 성격때문일까. 갑갑했던 마음도 확 풀리는 기분이다. 



금산사의 또다른 볼거리는 부처의 진신사리탑과 적멸보궁이다.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불상의 자리에 바깥에 창을 내어 진신사리탑을 볼 수 있는 구조가 눈길을 끈다. 



대적광전은 본래 보물로 지정되어 있었지만 1986년 화재로 전소되면서 재건한 바람에 보물 지정에서 해제되었다. 보통 사찰의 대웅전에는 중앙에 본존불인 석가모니불이 있고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세우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다. 그런데 이곳 대적광전에는 특이하게도 5여개, 6보살이 한 자리에 봉안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이외에도 대적광전 오른쪽 앞마당에 위치한 보물 제27호 육각다층석탑이 이색적이다. 규모는 큰 편이 아니지만 흑색의 점판암으로 된 덕분에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이맘때 금산사에 가면 꽃무릇도 볼 수 있다. 영광의 불갑사와 고창 선운사의 꽃무릇에 비견할 바는 못되지만, 금산사 사찰에 들어가기까지 정성스레 가꾼 길과 정원이 걸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금산사를 나서며 생각해보니 세상은 언제나 미륵불을 기다려온 듯하다. 미륵은 세상에 올 것인가. 상투적인 말이지만 미륵은 우리 가슴 속에 살아서 언제든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가 되어있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고통없는 세상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야만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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