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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 -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ㅣ 지리의 힘 1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사이 / 2016년 8월
평점 :
올 한 해는 유독 기후가 순탄치 않았다. 최장기간의 장마에 이어 강력한 태풍 3개가 한반도를 스쳐 지나갔다. 재난 방송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물에 잠긴 마을과 산사태에 쓸려간 집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폭우와 바람 속에서도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안전한지 자꾸만 둘러보게 됐다. 즉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이 자연재해로부터 큰 걱정없이 살 만한 곳인지의 여부를 따지게 된 것이다. 물론 여기에 더 할 것이 많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을 택할 땐 아이를 생각해 학교가 가까운지, 혹시나 아팠을 때 응급실을 갖춘 병원이 근처에 있는지 등을 꼼꼼히 둘러보아야 했던 것이다.
사람이 살 곳을 정하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특히 인간이라는 종족은 개인이 홀로 떨어져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기에 모여 살 수 있는 조건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의 풍수지리란 단독체로서의 개인을 위한 땅과 물의 조건이 아니다. 마을을 전제로 한 선택지다. 크게는 수도를 어디에 정할 것인지까지도 생각했다.
인류 초기엔 그저 먹을 것이 풍부한 곳이면 족했을 것이다. 농경이 시작되면서는 농사에 유리한 곳을 찾게 됐을 것이며, 농사 덕분에 생기게 된 여유분은 교류를 불러오고, 점차 교류에 유리한 곳의 중요도가 커졌을 것이다. 점차 커져가는 인류의 거처는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집단체를 만들었을 것이며, 그뜻을 함께할 수 있는 거리의 마을들이 합쳐져 국가를 형성했을 터이다.
하지만 제국주의로 인해 국가의 국경선이 자연적 형태가 아닌 자로 그어서 생겨나는 불상사가 생겼다. 이렇게 형성된 국가는 그 국경의 인위적 분할로 인해 분쟁의 터전이 되어버렸다.
인위적 국경만이 문제는 아니다. 국가라는 존재가 탄생하고 나서는 국가의 이익을 위한 힘의 싸움이 본격화된다. 이 힘이 미치는 범위는 기본적으론 그 힘의 크기에 달려있겠지만, 지리적 조건도 크게 좌우한다. 히말라야같은 산맥을 군대를 이끌고 넘어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며, 길고 긴 동토의 땅을 식량지원없이 행군하는 것은 자멸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최근엔 인도와 중국이 히말라야 국경선에서 다툼을 벌였다. 남중국해는 미국과 중국의 해군들이 자주 충돌한다. 러시아는 동해상에 전투기를 자주 보내고 있다.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경 분쟁은 어떻게 시작되었고, 또 어떻게 전개되어질까. 왜 미국은 세계의 초강대국이 되었으며, 그 힘을 어떻게 분산시키려 하는 것일까. 이책 [지리의 힘]은 지리적 배경을 통해 국가의 형성과 분쟁을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지리적 특성이 어떻게 지금의 세계를 만드는데 일조했는지가 궁금하다면, 즉 지정학이란 무엇인지 알고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큰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