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충북 괴산의 클래식 농원을 찾았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사과농장을 이어받아 아들이 대학 졸업 후부터 가꾸어 온 곳이다. 이른바 후계농이다. 기후변화로 사과를 키우기가 어려워지면서 수지타산이 맞지않아 점차 복숭아로 품목을 바꾸어가고 있는 중이다. 조금 더 따듯해진 기후에 맞추어 주산지가 점차 변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과의 주산지는 이제 평창까지 올라가고 있다. 알게모르게 농촌에선 이미 기후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클래식 농원이 운영하고 있는 농장의 규모는 3만평이다. 과수 1만평에 감자 1만평, 옥수수 1만평, 그리고 후작으로 콩을 재배하고 있다. 소농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크다. 시설재배가 아닌 노지이다보니 규모가 클 수록 경제적 이익도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농사에서도 <격차>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후계자와 같이 기반시설을 갖추고 농사를 시작하는 사람과 전혀 연고가 없는 곳에 귀농을 해서 농사를 짓는 사람과는 그 출발선부터 다른 것이다. 귀농지원정책은 이 <격차>를 해소해줄 수 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먼저 살 수 있는 집을 구해주고, 꽤 괜찮은 땅을 임대해주는 아주 기본적인 기반부터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이정도 규모는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섣불리 도전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비싼 땅을 사가지고 농사 짓겠어요? 농사지을 생각이면 빌려서 시작하는게 낫죠. 요즘은 농지은행에 좋은 땅도 많이 나와요" 실제로 몇 년 전에 비하면 농지은행에 위탁하는 땅이 많이 늘었다. 게다가 청년창업농들에겐 임대도 1순위이고, 지대가 논인 땅을 빌려 타 밭작물을 재배할 때 임대료의 80%를 지원하는 정책도 있다. 이런 정보들을 잘 알아야 효율적으로 귀농지를 선택할 수 있다. 땅을 임대하고 정책 지원을 받는 것도 결국 정보싸움인 것이다. 


하지만 땅을 빌려 농사짓는 것보다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당부하는 말이기도 하다. 정착하고자 하는 곳의 마을 사람들과 융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클래식 농장의 젊은 아들은 "제 나이 또래인 30대들이 주위에서 농사에 도전하는 것을 많이 봤다. 하지만 그중에 대부분은 2~3년을 넘기지 못하고 되돌아갔다. 마을 사람들과 융화하지 못하고 혼자만의 힘으로 고집스럽게 농사를 짓다 결국 외롭고 지쳐서 포기하는 것이다."

클래식 농장의 아버지도 한 마디 거든다. "농사짓기로 마음 먹었으면 고생할 것을 각오해야지. 10년은 힘들다고 생각해야 해. 최소 2~3년은 마을사람들과 농촌생활에 적응하고, 이후에 하나씩 하나씩 해 나가야지."  


마을과의 융화는 가장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이 필수라고는 할 수 없다. 마을과 외따로 떨어진 곳에서 자기만의 농사를 짓는 것도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농사를 짓다보면 혼자 짓는 게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꼭 농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주위에 함께 사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무슨 일을 하든 신경써야 할 부분이지 않겠는가. 



현재 이곳 농장의 수확물 판매는 아들이 주로 담당하고 있다. 과수는 직거래로 70% 정도를 소화한다. 온라인 벤더를 통해서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 직거래는 가격 결정권이 농부에게 있다. 반면 수매를 통해 넘기는 것은 가격 결정권이 유통쪽에 있다. 감자, 옥수수, 콩은 수매를 통해 판매중이다. 물량도 많을 뿐더러 저장의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직거래 규모는 하루 아침에 커진 것이 아니다. 차곡차곡 브랜드의 가치를 쌓아올려서 지금의 수준까지 가능해졌다. 온라인 직거래 가격은 수매가보다 높다. 반면 온라인 직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포장과 배송 등 잔손이 많이 간다. 하나하나 소량씩 들어오는 직거래의 경우엔 차라리 조금 가격을 덜 받더라도 수매로 넘기는 것이 나은 경우도 있다. 직거래를 할 수 있는 여력은 물론이거니와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품질이 함께라면 도전해볼만 하다. 


젊은 농장주는 "농산물은 결국 판매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허사다. 귀농하는 사람들은 농사기술부터 배우고자 애쓰는데, 실은 판매처를 확실히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농사를 아무리 잘 지어도 팔지 못하면 결국 다시 땅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농산물의 운명이다. 자급자족의 농사가 아니라면, 도시에서의 인맥을 활용한 직거래든, 지역 농협이든, 영농조합이든, 또는 친환경인증을 받아 한살림이나 생협과 같은 유통단체를 통해서든, 판매할 수 있는 여건을 확인해보고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의 큰 고민 중의 하나가 판매처다.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먼저 농사만 잘 지으면...'이라 생각하기 쉽다. 농사를 잘 짓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농사는 1년에 겨우 한두번 경험해 볼 수 있기에, 잦은 반복훈련으로 실력을 쌓을 수 있는 분야가 결코 아니다. 물론 농사를 잘 지으면 훨씬 좋은 조건에서 출발하겠지만, 이는 시간이 걸려 차차 해결되어야 할 문제일 수 있다. 첫번째 고려 사항으로 판매에 대한 고민을 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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