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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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디에 서 있는냐에 따라 세상은 달리보인다. 코끼리가 들어가 있는 캄캄한 방에 들어가 코끼리를 설명하라고 하면 자신이 있는 위치에 따라 설명은 제각각일수 밖에 없다. 그 설명은 분명 코끼리의 일부이지만 코끼리라고 할 수는 없다. 코끼리를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선 이 설명들을 취합해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목수정이 쓴 [아무도 무릎꿇지 않은 밤]은 파리에서 살아가면서 바라본 세상 이야기다. 혁명이 한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런던이 아닌 자유와 평등, 박애를 내걸고 혁명이 일어났던 파리에서의 삶이 작가의 시선을 새롭게 확장했다. 그리고 그 확장된 시선으로 파리는 물론 대한민국을 바라보고, 그 풍경을 전달하고 있다. 옳고 그름으로 따질 것이 아니라 코끼리 전체를 완성하기 위한 다른 시선으로 읽으면 좋을듯 싶다. 


[아무도 무릎꿇지 않은 밤]에서는 파리와 서울의 다른 일상의 모습들이 비교가 된다. 예를 들자면 책의 저자 소개란에 잔뜩 스펙과 수상을 채워넣는 한국의 도서와 달리 프랑스의 도서에는 거의 이름만 달랑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책 자체만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권위에 기대는 모습이, 마치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명예나 권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듯하다. 실력쌓기보다 스펙쌓기에 몰두하는 사회를 책의 저자 소개란을 통해 꿰뚫어보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학교에 지각했을 때 대처하는 학부모의 모습이나 생일파티의 모습 속에서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를 실감하게 된다. 문제는 다양한 일속속의 이 차이가 그냥 다름이 아니라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불평등과 차별, 혐오에서 벗어나 자유와 평등으로 가기 위해서 우리가 일상 속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목수정 저자가 유럽이나 프랑스가 최고라고 말하진 않는다. 최근 신자본주의의 덫에 걸린 모습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내세웠던 자유와 평등이 자본에 의해 무너져가고 있는 현실도 그리고 있다. 다만 신자본주의라는 괴물에 무릎꿇지 않는 시민들의 저항정신이 꿋꿋하게 살아있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혁명의 땅 파리는 물론 대한민국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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