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장기간 이어진 장마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많은 피해를 입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밀한 점검을 필요케 만드는 논쟁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또한 지금과 같은 집중호우와는 맞지 않을듯한 기존의 댐 방류 기준에 대한 문제점도 제시됐다. 


한편 이번 장마가 준 피해 중 상당부분은 산사태이다. 어떤 이들은 무분별한 태양광 사업이 산사태를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태양광이 불러온 산사태는 채 1~2%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인 것은 산이 물을 머금은 후 내뱉을 시간적 여유도 없이 쏟아진 비일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론 이번 장맛비가 준 피해 중 가장 안타까운 것 중 하나는 황톳물이다. 재난방송에 비쳐진 물줄기들은 죄다 누런빛이다. 빗물에 흙이 쓸려간 것이다. 워낙 많은 비가 쏟아졌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다. 흙 1cm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100~250년 정도가 걸린다. 전국 곳곳의 황톳물은 수백년의 세월을 걷어간 것이다. 


황톳물의 주된 원인은 맨땅이다. 벌거벗은 땅은 물에 쉽게 쓸려간다. 벌목한 산과 갈아버린 밭의 맨흙들은 비와 바람에 취약하다. 고대문명 몰락의 원인을 바라보는 시선 중에는 무분별한 개간으로 인한 겉흙의 소실로 식량이 부족해진 것을 드는 주장도 있다. 흙은 맨살을 드러내서는 안되는 것이다. 


생명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흙이지만 정작 흙을 살리고 보호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황톳물 속 떠내려간 흙이 안타깝다. 흙없이 생명이, 인간이 살아갈 수 있을까. 물 속에서 흙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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