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넷플릭스 드라마. [종이의 집]은 시즌4까지 방영됐다. 스페인 제작. 19금. 시즌 1,2에서는 스페인 조폐국을, 시즌 3,4에서는 스페인중앙은행을 강도질하는 '교수집단'이 주인공이다. 경찰과 교수집단간의 두뇌싸움이 흥미진진하다. 교수집단은 강도질에 명분을 제시하며 여론을 이용한다. 이들은 로빈후드가 될 것인가, 강도범이 될 것인가.


2. [종이의집]시즌1을 보면서, 중간에 그만볼까 생각했다. 세상의 모든 계획이 계획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수많은 변수로 인해 계획은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특히나 이런 조폐국 털이와 같은 큰 사건에선, 인질의 수가 많기도 하거니와, 범죄가담자의 수도 많고, 게다가 한 두 시간이 아닌 몇일 간 진행되는 계획인지라 이곳저곳에서 예상치못한 사건이 터질 것이다. 그리고 드라마 속에서도 실제 그런 변수들이 작동한다. 


그런데 이 범죄를 구상한 '교수'는 모든 변수까지도 계산에 넣었다. 과연 그게 가능한 일일까. 계산할 수 있는 범주 밖의 일이 변수가 아니던가. 장기판의 말이 어떻게 움직일지 모든걸 다 계산하는, 고수를 뛰어넘은 천재같은 활약상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듯 느껴졌다. 완벽 그 자체가 주는 따분함같은 것이 있었던 것이다. 


3. 그럼에도 [종이의집]시즌1을 다 보고 시즌2까지 보게 된 것은 계산 안의 변수가 아닌 진짜 변수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또한 철저한 계산 자체가 주는 흥미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기대만큼 시즌2에서는 다양한 변수들이 튀어나오는 재미가 있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만큼.  


4. 마침내 [종이의집]시즌2에서 조폐국을 터는 교수가 내미는 명분이 나온다. 그리고 이 명분은 분명 우리 현실 속 진행중인 코로나 시대에도 곱씹어보아야 한다. 


코로나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세계 각국은 양적완화정책을 쓰고 있다. 돈을 마구마구 찍어서 시중에 풀고 있는 것이다. 소위 헬리콥터 머니. 헬리콥터를 타고 돈을 뿌려대듯이 시중에 돈이 풀리고 있다. 물론 미국이야 기축통화로서의 힘이 있어서 풀린 달러가 미국 내에 머물지 않고 세계 각국으로 흩어져 갈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원은 우리나라내에 머물 가능성이 지극히 높다. 돈이 풀리면 화폐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다. 지금이야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풀린 돈으로 목숨을 지탱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다가오면 어려운 계층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그야말로 언발에 오줌 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한번 만 더 생각해보자. 이렇게 풀린 돈은 결국 누구에게로 흘러갈까. 시중에 풀린 돈이 돌고돌아 계속 경제를 활성화시키면 좋겠지만, 그 돈은 최종적으로 어딘가로 모여 금고에 꽁꽁 갇히게 된다. 과연 누구의 금고일까. 


[종이의집]에서 교수는 이런 양적완화의 최종목적지가 그저 자신들뿐이라고 말한다. 은행을 터는 것이 아니라 조폐국에서 돈을 찍어서 그것을 가져가는 것은 양적완화와 똑같은 행위라는 것이다. 다만 마지막에 호주머니를 가득 채우는 것이 자신들이라는 것만 빼고 말이다. 물론 이들은 여론의 호응을 얻기 위해 그중 일부를 세상에 말 그대로 뿌려버린다. 


코로나19로 풀린 돈은 결국 돌고돌아 마지막에 누구의 호주머니로 갈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질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