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일 20도~32도 맑음
황매실이 되기까지 참고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매실은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졌다. 벌레가 먹기도 하고 병에 걸렸는지 썩는 것도 생겼다. 아무래도 이젠 거두어들여야 할 때인가 보다.
매화나무에 달렸던 매실의 70~80%는 결국 떨어지고 겨우 10개 남짓 건졌다. 그것도 벌레들의 가해 흔적이 남아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10개 남짓한 걸로 뭘 할까 고민하다 그냥 매실주나 조금 담가보기로 했다.
매실에는 아미그달린이라는 독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독성은 풋매실이나 씨앗에 주로 있다. 식용을 하면 체내에서 시안화수소, 즉 청산으로 분해가 된다. 하지만 우리 몸에 해를 끼칠만큼의 용량이 되려면 수백개를 한 번에 먹어야 가능하기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럼에도 예초 독성에 대한 걱정을 없애기 위해 매실의 씨앗을 제거하고 설탕을 조금 묻혔다. 날이 워낙 더워서 그런지 채 2시간도 되지 않아서 매실의 즙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매실즙이 생성되었기에 바로 소주를 부었다. 독주를 잘 먹는 편이 아니어서 25도 정도의 담금주를 사용했다. 매실즙과 소주가 섞여 은은한 노란색을 띤다. 향도 좋은 것이 바로 한 모금 마셔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래도 술이 익을때까지 기다려보자. 기다림만큼 사람을 초조하게 만드는 것은 없지만, 또한 그만큼 설렘을 주는 것도 없다. 이왕이면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보자.
10개 정도 심었던 감자도 캤다. 땅에 양분이 워낙 부족해서인지 알이 굵지않다. 10개 심었으면 최소 50개는 수확해야 할텐데.... 쩝, 이거 뭐, 거의 본전치기에 가깝다. 물론 심은 감자는 쪼개진 것이기에 온상태로 따지면 서너개 정도지만 말이다.
수확한 만큼의 또다른 감자는 썩거나 굼벵이가 먹거나 햇빛을 봐서 푸르게 변해 먹을 수가 없다. 굼벵이 피해를 줄이기 위해 토양소독을 하기도하는데, 궂이 토양 속 미생물까지도 죽여가며 흙을 혹사시키고 싶지는 않다. 그냥 굼벵이랑 나눠먹은 셈 치자. 벌레랑 나눠먹은 것들도 많은데 말이다. ^^;
혹시나 내년에도 감자를 심을 생각이라면 땅을 기름지게 만들 필요는 있겠다. 잘 먹여야 잘 크지 않겠는가. 풀들을 키워서 잘라낸 것들로 땅을 뒤덮고, 겉흙이 소실되지 않게 하면서 풀이 썩어 퇴비가 된다면 점차 땅은 땅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 믿는다. 이 과정에도 기다림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