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6일 19~30도 맑음


장맛비가 내리고 나서 해가 나기 시작하니 풀들도 쑥쑥 자란다. 본격적인 풀과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풀과의 싸움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제초제라는 극약처방, 태워버리는 방법, 그리고 예취기나 낫으로 자르는 방법, 뿌리째 뽑아버리는 방법 등등. 


생태계가 균형을 잡는 가장 근본은 흙에 있다. 흙 속 미생물들이 균형을 잡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으로부터 생명력은 움트기 시작한다. 그래서 풀과의 싸움은 극약처방이 되어서는 안된다. 또한 뿌리째 뽑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뿌리가 살아있어야 뿌리 주위에 있던 미생물들의 균형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풀을 자르는 방법은 계속해서 잘라주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자르고 나면 또 자라고, 자르면 자라고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물론 풀들을 그냥 놔두고 있어도 된다. 하지만 풀의 키가 작물의 키를 넘어서서 광합성 등을 방해하거나, 작물을 휘휘 타고 감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풀도 자라야 하는 것이다. 내가 추구하는 어슬렁농법은 이 균형점을 잡아서 사람의 힘을 보태는 것이다. 


즉 적절하게 풀을 키우고, 작물을 방해할 때쯤 잘라주어, 자른 부산물을 퇴비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너무 이르거나 늦지않게 풀을 잘라주어야 하는 노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풀로 무성했던 오미자 주위를 정리했다. 도저히 풀의 성장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어서 타협을 했다. 오미자 주위 풀들은 뿌리채 뽑고, 조금 떨어진 풀들은 자르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해놓으면 당분간은 오미자의 성장을 방해하는 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조그만 곳인데도 한 시간이 훌쩍 넘게 들었다. 



황기와 자소엽, 지황이 자라는 곳도 정리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키우려는 작물을 뽑아버릴 수 있을 정도로 풀들이 무성한데다 모양도 비슷해 시간이 더 걸렸다. 이곳을 정리하는데도 두시간이 넘게 걸렸다. 



백도라지를 심은 곳도 풀을 뽑아줬다. 풀을 뽑는 것과 동시에 서너개씩 붙어서 자라는 것들을 솎아서 옆에다 옮겨주는 작업도 했다. 두 줄이었던 백도라지가 세 줄로 늘어났다. 



둥굴레를 비롯해 허브가 심겨진 밭들도 정리를 다 해줬다. 풀을 계속 뽑다보니 아귀를 쥐는게 힘들 정도다. ㅜㅜ; 하지만 정리된 밭을 보고 있으면 속이 시원하다. 물론 2주 정도만 지나도 다시 풀이 쑥쑥 자라겠지만 말이다. 시원한 마음과 함께 뿌듯함도 있어 절로 치유가 되는 느낌이다. 



단호박이 자라고 있는 곳도 정리를 하다보니, 단호박이 풀 속에서 무려 3개나 달려서 크고 있었다. 정말 뜻밖의 득템이라고 해야할까. 저마다 각자의 환경 속에서 자신의 성장을 늦추지 않고 꾸준히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풀이 많다고 투덜대지 않고, 그저 풀 속에서 묵묵히 꽃을 피우고 수정을 해서 단호박을 매단 것이다. 


물론 장맛비를 넘겨야 하는 고비가 기다리고 있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성장을 지속할 것이다. 반면 썩어 문드러질 수도 있을 것이다. 어슬렁농사꾼은 단호박이 물에 잠겨 썩지않도록 배수를 생각해주어야 한다. 살짝 옆에서 거들어만 준다면 잘 익은 단호박을 만날 수 있겠지. 


내 힘을 넘어서까지 무리하게, 또는 될대로 되라지 자포자기하며 내동댕이치지 않고, 그저 하는대까지 해보는 것. 얼치기 농사꾼의 진인사대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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