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6일 15도~29도 맑음


언제부터였을까. 올 봄에 새로 심었던 '원황'이라는 배나무의 묘목에 이상한 노란색의 점이 생긴것은. 



자연의 먹이사슬과 생명력에 대한 믿음으로(?) 노란 점을 보고도 무시했다. 배나무가 알아서 이겨낼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도 점은 그대로였고, 오히려 잎 뒷면에 털같은 것이 나오기 시작했다. 노란색의 포자와 함께 말이다.  



도대체 이게 뭐지? 손으로 잡아 뜯어도 뜯기지 않는다. 잎에 꽉 달라붙어서 옴짝달짝하지 않는다. 정말로 정체가 궁금했다. 


배나무 특성과 관련해 이것저것 찾아보니 '적성병'에 걸린 것이었다. 요즘은 붉은별무늬병이라고 부른다. 배나무의 가지나 열매에도 생겨 성장과 수확을 방해하기도 한다. 일종의 곰팡이류로 병원균인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배나무 적성병이 발생했다면 주위 1키로미터 이내에 향나무가 틀림없이 있다는 것이다. 적성병균은 봄에 배나무에 있다가 여름에 향나무로 옮겨가 균사체로 머물러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다시 배나무로 돌아온다. 봄에 바람이 불고 습기가 많을 때 옮겨가는 것이다. 봄가뭄이 심한 시기에는 배나무 적성병이 심하지 않은 이유이다. 올핸 봄에 주기적으로 비가 적당히 내려 적성병균이 옮겨다니기엔 최적의 날씨였다.  


즉, 배나무와 향나무, 습도와 바람이라는 조건이 어우러져야 배나무 적성병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이 있어야 이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이것이 없다'는 불교의 연기법이 생각난다. 세상의 모든 것은 고정되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을 적성병은 말해주고 있는듯하다. 


6월 16일 개성에 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됐다. 무엇이 사무소 폭파라는 사건을 발생시키는 인과 연이었을까. 그리고 이 폭파는 또 어떤 인과 연이 되어 다음 사건을 가져올까. 부디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방해하지 않는 연기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그러기 위해선 폭파라는 사건에도 불구하고 우린 평화를 위한 인연을 차분히 하나하나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폭파로 인해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온 평화의 탑까지 폭파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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