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는 개가 두 마리 있다. 올해로 3살이 된 녀석들인데, 큰 놈은 리트리버 믹스로 누렁이에 가깝다. 작은 놈은 큰 놈보다 2~3개월 늦은데, 비글 믹스다. 큰 녀석은 코코, 작은 녀석은 초코다. 딸내미가 지어준 이름이다. 

두 녀석 모두 말썽꾸러기이다. 뭐, 말썽꾸러기가 아니라면 개가 아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초코는 샘이 많아서 코코랑 잘 놀면서도 주인이 코코쪽으로 가면 코코에게 덤빈다. 물론 항상 코코에게 목덜미를 물리면서도 말이다. 결코 물러서는 법이 없다. 


가끔 줄이 풀릴 때가 있는데, 초코는 이때다 싶어 옆 마을까지 줄행랑을 친다. 주인이 부르면 힐끗 뒤돌아보고서는 냅다 도망친다. 한여름엔 이놈을 잡으려 뜀박질을 하다보면 땀이 한바가지다. 코코는 한바퀴 휘 둘러보고는 바로 집으로 돌아온다. 



올해 옆밭엔 느티나무 묘목이 심겨졌다. 묘목만 심어놓은채 관리를 하지 않아 잡초가 무성하다. 그때문일까. 올해는 유독 못보던 동물들이 집 근처에 서식하는듯 하다. 우려스러웠던 것은 뱀이다. 2년 전 꽃뱀을 한 번 봤었는데, 초코 옆을 스쳐 집안으로 들어갈뻔 했다. 초코는 멀뚱멀뚱 뱀을 쳐다만 볼뿐 짖지도 않았다. 


집에서 짓는 농사는 모두 친환경이다보니 농약을 치지않는다. 가끔 개구리가 펄쩍펄쩍 도망을 간다. 즉, 뱀의 먹이가 천지에 깔려 있다는 소리다. 보름전 집 밖에 설치된 장독대 근처로 뱀이 다가오는게 보였다. 얼른 내쫓았지만 소름이 돋았다. 뱀이 자꾸 집쪽으로 오면 안되는데... 걱정이 앞섰다. 



어제 초코와 코코에게 물과 사료를 주러 밖으로 나서는데, 초코 주위에 줄 같은게 널부러져 있다. '뭐야, 이 녀석! 또 사고를 친거야?'



꼭 무슨 호스를 닮은 듯한 모습. 하지만 심상치않다. ㅜㅜ



개 목걸이에 대롱대롱 걸려져 있는 것은 뱀의 머리부분. 아윽! 뱀이 세 동강이 난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이 녀석, 대단한데~. 2년 전 멀뚱멀뚱 뱀이 지나가는 걸 쳐다보기만 했던 놈이 뱀을 물어뜯은 것이다. 제법 어른이 된 셈이다. 혹시나 물리진 않았을까 걱정이 됐지만, 한참동안을 지켜봐도 평소와 크게 다른 건 없어보였다. 


꽃뱀 즉 유혈목이는 대부분 독이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론 독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물론 강한 독이 아니긴 하지만, 일본에선 꽃뱀에 물려 사망한 경우도 있다고 하니 무시할 수만은 없다.


장하다 초코! 자식~ 왠지 든든해 보이는 걸. 말썽꾸러기가 한 몫 했구나. 머리를 쓰담쓰담. 특식이라도 줘야 할텐데...^^;


뱀이 해꼬지를 한 적은 없다. 그런데 뱀을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리고, 소름이 돋는 것은 본능적인 것일테다. 혹여 물리면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작동하는 것이다. 



요즘 잦은 비로 집 벽을 타고 다니는, 그리고 집 안에서도 몇 마리 발견된 노래기도 마찬가지. 긴 몸체에 수많은 다리는 지네를 연상시키고, 지네 독 또한 치명적이기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아~ 이 지독한 외모지상주의라니! ㅜㅜ; 그러나 어쩌랴. 본능에 틀어박혀 이성까지 마비시키는 그 강렬함을. 


하지만, 적어도 인간은 본능으로만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개와 뱀의 본능적 다툼은 말릴 순 없지만, 인간은 적어도 본능적 회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지 않을까. 외모가 풍기는 선입견에서 해방되는 길은 무지로부터 벗어나야 가능하다. 특정 외모의 상대를 있는 그대로 알아가는 것. 거기에서부터 혐오는 조금씩 지워져 갈 수 있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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