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일 2-도~31도 벌써 30도가 넘어가다니. 해 쨍쨍


아침에 텃밭을 둘러보다 오이가 처져 있는 걸 보았다. 망 쪽으로 유인한다고 살짝 들어올렸는데 그만 줄기가 툭 하고 부러졌다. 



아직 뿌리도 왕성하게 뻗지못한 어린 오이인데... 먼저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물주고 벌레잡아주고 했는데 오이 하나 못 따먹고 죽다니... 소위 본전생각이 난 것이다. 



게다가 컵 정도 크기만큼 자란 오이가 두 개나 달려있었는데, 괜히 망에 올린다고 만져서... 그냥 놔두었다면 적어도 2개는 따먹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후회도 들었다. 그러고보니 순전히 나의 손익만을 따져 발생한 감정들이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 아까움과 후회말이다. 


아마 오이 줄기를 벌레가 갉아먹었거나 아니면 물을 주다 호스에 걸리면서 꺾여서 약해진 부분이 부러졌을지 모른다. 잘 보살핀다고 했지만 지나친 것들이 있었을지 모른다. 끝내 자신의 생명을 다 꽃피우지 못하고 성장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죽게된 오이를 보니 이제서야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내가 의도한대로 키우겠다고 자꾸 손을 대는게 도리어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적당한, 정말 말 그대로 적당한 관심과 손길이 필요하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적당함을 알아가는 것. 그것의 시작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에서 부터일지 모른다. 오이의 줄기가 약해져있음을 알았더라면 망에 올리겠다고 오이를 팍 들어올리진 않았을테니 말이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적당함의 출발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