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주 아주 개인적이긴 하지만, 만화 캐릭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신지다. 지구를 구해야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힘겨워하며 안간힘을 쓰는, 자기 안으로 파묻혀 가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반대로 [원펀맨]의 주인공은 취미가 히어로다. 사람을, 지구를 구해야한다는 막중한 의무감이 아니라 그냥 취미로 한다. 누군가 자신을 깔보거나 무시하면 '뭐래?'라고 말하듯 지나친다. 마음 속에 담아두거나 상처받지 않는 것이다. 그냥 사람들을 구하는 취미활동을 열심히 한다. 그러면서도 마트의 할인시간이 끝났다며 속상해하는 일상인이다. 그의 이런 친근함이 웃음을 폭발시킨다. 


2. 그래도 관심은 받고 싶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주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에 목매달지는 않는다. 취미이기 때문이다. 내 취미를 누군가 알아주면 좋은 것처럼. 

그래서 원펀맨은 히어로협회에 가입한다. 자신의 등급이 최하위 등급에다 순위도 뒤처져 있다. 자신의 진짜 활약을 모르기 때문이다. 섭섭해하지 않는다. 다만 이 등급에서는 의무적으로 영웅적 활동을 펼쳐야 한다. 이 의무할당이 싫을 뿐이다. 그저 취미로 하는 것인데 말이다. 그래서? 등급을 올리면 의무로부터 면제. 이런 엉뚱함이 재미를 폭발시킨다.


3. 원펀맨은 어떻게 해서 이렇게 강해졌을까. 단 한 번의 주먹으로 웬만한 악당들은 KO. 슈퍼맨처럼 타고난 초능력일까. 스파이더맨처럼 어떤 변이를 겪은 것일까. 아니면 비법이라도? 신비한 물을 먹으면 힘이 세진다거나 하는... 

원펀맨은 자신이 강해진 비결을 말해준다. 두두둥~ 바로 중단하지 않는 끈기다. 3년간(? 확실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단 하루도 빠짐없이 10키로를 뛰고 100회 팔굽혀펴기를 하고, 윗몸일으키기도 100회, 스쿼트 100회를 한 것이다. 죽을 듯이 괴로워, 하루쯤 쉴까 생각이 들지만, 피를 토해도 괴로워도 날마다 이를 지킨 것이다. 머리가 다 빠질만큼(그래서 대머리 캐릭터가 됐다) 단련한 것이다. "신인류니 진화니 하며 놀고 있는 니놈들은 절대 여기 도달할 수 없다. 스스로 변하는 것이 인간의 강함이다!" 


4. 원펀맨의 매력은 이런 강인함에 있다. 넘보지 못할 초능력 같은 힘의 원천은 스스로 변하고자 하는 의지와 이를 실천하는 행동으로부터 비롯된다. 하지만 원펀맨의 진짜 매력은 영웅이라 잘난 척하지 않고, 세상의 모든 문제를 떠안은듯 고뇌하지 않고, 누가 뭐라 하든 '뭐래?'하는 마음으로, 일상 속에서 취미로 남을 돕는데 있다. 취미같은 가벼운 삶이면서도 타인을 돕는 충만함으로 가득한 삶, 한 번 신나게 살아볼 마음이 불끈불끈 샘솟지 않는가. 원펀맨,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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