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일 15~26도 폭우
간밤에 비가 사납게 몰아쳤다. 천둥 번개와 함께 물을 쏟아붓듯 쏟아지는 비가 무서울 정도였다.
올봄 집 윗쪽 밭 주인이 느티나무를 심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배수로를 만들었다. 그런데 불안했다. 포클레인으로 대충 긁어만 놓아서다. 작업과정을 전혀 알지못한 채 마무리 되고나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작업과정을 지켜봤다면 배수로를 단단히 여며놓도록 말했을텐데...
이 불안감은 간밤 폭우로 현실이 됐다. 배수로를 타고 넘은 빗물이 집쪽 사면으로 흘러내려온 것이다. 흙을 파헤치고 내려오면서 배수구까지 막아버렸다. 허브들로 채우려고 했던 정원은 물바다가 됐다. 그나마 사진은 배수구 쪽을 터놓아 물이 조금 빠진 상태다.
비가 그치고 난 오늘 새벽에 정비를 했다. 일단 깊게 패인 사면의 흙을 채우고, 배수구 주변을 치웠다. 물이 빠지면서 제모습을 어느 정도 찾았지만, 오늘 또 하루종일 비가 온다고 하니 걱정이 된다. 윗밭으로 올라가 배수로의 끝부분을 흙으로 더 쌓아두었다. 임시방편이다. 어제와 같은 폭우라면 금세 차올라 넘칠 것이 뻔하다. 하지만 폭우만 아니라면 버틸만 할 것이다. 비가 그치면 좀더 탄탄하게 배수로를 마무리 지어놔야 할 것이다.
우리의 감정도 배수구와 같다. 잔잔한 비마냥 내릴 때도 있지만 폭우로 쏟아질 때도 있다. 이때 배수구가 튼튼하고 높다면, 즉 마음이 강건하다면 배수구 안에 잘 가둬둘 수 있다. 하지만 배수가가 부실하면 이내 넘쳐나 피해를 준다. 이때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넘쳐나는 물을 잘 유도하는 것이다. 감정을 틀어막아 폭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살살 흐르도록 길을 내는 것이다.
이 길을 내는 방법이 <알아차림>일 것이다. 지금 내가 이런 감정으로 꽉 차 있음을 알아차리면 감정은 스스로 흘러간다. 폭발하지 않는다. 물론 <알아차림>은 금방 배워지는 것은 아니다. 끝없는 훈련이 필요하다. 배수로를 내기 위해선 삽질을 수없이 해야 하는 것처럼. 알아차렸다 하더라도 금세 잊어버리고 폭발할 수도 있다. 알아차리고 알아차려야 한다. 마음 속에 비가 내리고 있음을, 그 비가 넘쳐나고 있음을. 그러다보면 넘친 빗물은 배수로를 통해 스르르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