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일 10도~25도 맑음


슬슬 풀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빨리 자란 것들은 무릎까지 올라왔다. 풀은 뽑지 않는다. 땅속 미생물들의 왕성한 활동을 위해 뿌리가 살아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뿌리를 뽑으면 흙이 유실될뿐더러 뿌리 주위의 미생물들이 살 터전도 없어진다. 그래서 풀은 뽑지않고 줄기를 베기만 한다. 베어진 잔사는 그대로 두면 유기물 퇴비로 쓸 수 있다. 올해는 제때 제때 풀을 베주어 나무들이 자라는 것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땅은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낫으로 풀을 베다 하마터면 백합을 쳐버릴뻔 했다. 풀과 함께 자라서 같은 종류의 풀인줄 알고 낫을 휘두르다 바로 앞에서 겨우 멈췄다. 휴~~ 지난해 길드-나무를 중심으로 주위 꽃과 풀 등이 서로 공생관계를 유지하도록 디자인해 놓은 생태그물-를 만들기 위해 심어둔 것이었는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다 죽은줄 알았다. 그런데 4개 심어놓은 것이 모두 살아있었던 것이다. ^^ 구근이 죽지 않고 있었던 덕분이다. 

그 옆에는 맥문동도 살아있는듯 보인다. 마찬가지로 체리길드를 위해 심어놓은 것이었다. 작은 박스 한가득을 구매해서(무려 5만원이라는 거금을 투자) 체리나무 곳곳에 심어놓았는데, 풀을 이겨내지 못한듯 했다. 잡초라 부르는 풀과 흡사해서 

때를 놓쳐버리면 관리가 힘들다. 

올해는 백합과 맥문동을 잘 살려서 체리나무 한 그루 정도는 길드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 길드 시험이 잘 정착이 되면 다른 나무로 확장할 생각이다.  



반면 밭에서 제일 크게 자랐던 체리나무 한 그루가 시름시름하다. 잎이 크지를 못하고, 새로 났던 잎들이 말라죽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죽었던 체리나무 대여섯그루도 이런 증상을 보였는데, 그 원인을 알지 못한다. 묘목 자체의 뿌리가 문제였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지난해에는 대책없이 죽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해줄 수 있는게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황을 희석해서 한 번 뿌려주었다. 혹시나 모를 균의 공격때문이라면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한가닥 희망을 갖고서. 몇 일 간격으로 서너차례 황을 쳐볼 생각인데, 차도가 있으면 좋겠다. 어린 묘목이 아니라 어느 정도 자란 나무가 이런 현상을 보여주고 있어 불안감이 든다. 다른 나무들도 혹시나 이런 증상을 보인다면 아직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한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만족하자고 결심하지만, 2년 넘게 자란 체리나무가 원인을 알 수 없이 죽게 된다면 너무 안타까울 것 같다. 그런데 이 안타까움의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일까. 한 생명이 죽는다는 안타까움일까. 전자라면 욕심을 내려놓고, 후자라면 죽음이라는 당위를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요해보인다. 


그저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자. 그리고 그것으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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