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헌트]는 풍자와 액션이 환상적으로 조합되었다. 공포영화의 옷을 액션영화에 잘 입혀놓았다. 잔혹한 장면이 많아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보기 힘들듯. 블룸하우스 제작사는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된듯하다. 큰 예산없이, 화려한 볼거리 없이도 이야기와 편집 자체만의 힘으로 꽤 볼만한 영화를 만든다. 

 

2.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인간사냥감이 되어있다. 어디에 있는지,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살아야 한다. 다행히 총과 칼 같은 무기는 주어졌다. 아무래도 사냥꾼이 무방비 상태의 사람을 사냥한다는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편이자, 사냥의 재미를 더욱 만끽하기 위해서인 듯하다. 하지만 누가 사냥꾼인지는 알 수가 없다. 

 

3. 영화 속에서 주동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이 느닷없이 죽음을 당한다. 마치 공포영화에서 뒤를 돌아보거나 웃고 떠드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임을 당하듯. 한명 한명 주인공처럼 느껴지던 인물이 죽어나가고, 드디어 주인공이 나타난다. [헌트]는 공포영화 장르의 특성을 액션영화로 가져와 놀라움과 긴박감을 높여준다. 

 

4. [헌트]는 미국의 양당, 공화당과 민주당의 지지세력과 각 주의 특성을 비틀어 조롱하고 있다. 미국 정치를 잘 몰라도 된다. 인종차별, 난민, 성차별, 기후변화, 빈부격차, 음모론 등등 편견과 선입견, 차별과 혐오, 무지에 대한 풍자가 넘쳐난다. 액션과 풍자가 버무러져 맛있는 비빔밥이 됐다. 후반부 액션 장면은 영화 [킬빌]을 연상시킨다. 

 

5. 모든 사건의 시작은 농담이었다. 그리고 농담은 음모론을 통해 사실이 된다. 댓글은 칼과 총보다 강한 무기가 되고, 또한 부메랑이 된다. 게다가 앗차차, 사건의 과정엔 실수가 끼어들고, 이것이 모든 것을 망치는 또는 해결하는 기폭제가 된다. 이 세상이 얼마나 어이없게 사건을 만들고 해결하는지 통감하게 된다. 

 

6. 영화 [헌트]는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대한 오마주가 담겨져 있는 듯하다. 소설 속  이상주의자 스노우볼은 영화 [헌트]에서 이야기를 끌고가는 주인공의 닉네임이다. 사냥의 시작을 알리는 돼지의 이름은 오웰이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이]이야기는 잔혹동화로 그 결말을 새롭게 바꾸어놨다. 결국 이기는 놈이 언제나 이긴다!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과의 사냥, 그 속에 가차는 없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생존경쟁의 현장에는 과연 가차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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