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해 만들어졌던 중국 애니메이션 중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우며, 그 작품성까지 인정받는 두 작품이 있다. 바로 [나타지마동강세]와 [백사;연기]이다. 두 작품 모두 3D기법을 활용한 애니로 고전소설과 전설을 각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궁금했다. 지난해 이런 류의 애니메이션이 갑자기 나타났을리는 없을테고, 어디에서부터 그 시작을 찾을 수 있을지 말이다. 일반적으론 고전을 가져오고 3D 기법을 동원한 2015년 [몽키킹-영웅의 귀환]을 신호탄으로 꼽을 수 있겠다. 하지만 그림체가 사뭇 다르다. 그래서 일단 2019년 이전인 2018년 작품을 찾아봤다. 눈에 들어오는게 하나 있었다. 바로 [풍어주]다.

 

2. 중국 애니 [풍어주]는 2019년 작품처럼 고전을 원전으로 한 각색작품은 아닌듯하다. 세상을 지배하고자 하는 악마와 이에 대적하는 오행을 대표하는 샤란, 그리고 샤란의 부족함을 채워 악마를 이기는 풍어주와 악마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지만 풍어주에 사랑에 빠지는 요마가 주축을 이룬다. 동양의 오행사상(목,화,토,금,수)을 바탕으로 바람이라는 요소를 새롭게 넣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3. 주인공 랑밍은 맹인이다.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로부터 샤란의 운명을 쥐고 태어났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손바닥에 새겨진 문양이 바로 사람들을 구하는 영웅 샤란이 될 운명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양은 진짜 샤란들의 것과 다르다. 어렸을 적 어떻게 손바닥에 상처를 입어 샤란과 비슷한 문양을 가지게 됐는지는 영화 후반부에 드러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영웅이란 운명지어진 존재가 아니라, 남을 위해 자신을 바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자임을 말한다.

 

4. 랑밍은 영화 중반부 눈을 뜨게 된다. 맹인이었다 눈을 뜨게 되면서 벌어지는 작은 사건과 해프닝이 웃음을 자아내며 영화를 경쾌하게 만든다. 랑밍은 자신이 눈을 뜨게 된 것이 악마 중 하나인 타오테의 원신이 봉인된 팽이를 삼키게 된 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스포일러 주의)

마치 최근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를 떠올리게 만든다. 김태희가 죽었다 다시 살아난 이유가 신에게 한바탕 욕지거리를 퍼부었기 때문에 심판을 받기 위해서라 생각한다. 하지만 드라마 마지막 부분에서 김태희의 49일간 부활은 어머니의 지극정성 때문이었음이 밝혀진다. 또한 부활은 김태희를 시험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드라마에서는 모두가 착한 사람들인지라 지금 현재 처한 자리에서 탐욕을 부리지 않고, 양보하고 배려하는 자세로 마무리한다.

 

5. [풍어주]는 재미와 감동을 적절히 잘 배치한데다, 아름다운 풍경으로 눈요기까지 제공한다. [나타지마동강세]와 [백사;연기]의 예고편으로 충분하다. 중국 애니의 놀라운 성장을 체험해보고 싶다면 먼저 [풍어주]로 시작해 [백사;연기], [나타지마동강세]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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