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각처럼 생긴 미인이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호감이 가지 않는다. 매력이 없다. 간혹이지만, 이런 경우가 있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각본이 잘 짜여져 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재미가 없다. 

 

2. 5만원권 지폐가 수둑한 돈가방이 문제다. 사우나실 보관함에 넣어진 돈가방으로부터 시작한 영화는, 시간을 순서대로 진행하지 않고 과거로부터 이 돈가방이 어떻게 보관함까지 흘러들어왔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 돈가방을 놓고 벌어지는 일들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꽉 짜여진 각본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돈가방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마지막에 누가 돈가방을 손에 쥘련지 흥미진진할 만도 하겠지만, 정말 이상하리만치 별로 궁금하지가 않다. 그저 멍하니, 영화가 흘러가는대로 지켜보기만 한다. 빈틈없는 각본의 부작용인 것일까.

 

3. 모든 것은 빚으로부터 시작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빚. 하지만 꼭 필요해서 짊어져야만 했던 빚. 도대체 그 빚을 갚을 수 있을까. 한숨만 나온다. 해결책은? 단 하나. 횡재다. 횡재를 얻기 위해선 어떤 일이라도 서슴치 않는다. 도대체 왜 우리는 어쩌다 이 모양이 됐을까. 영화는 이 질문에는 전혀 답을 하지 않는다. 다만 횡재를 얻기 위해 뛰어든 물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인간군상들만을 보여준다. 하지만 어쩐지 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나와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 영화 속 짐승들과 내가 디디고 사는 곳의 물이 애당초 다르기 때문일까. 영화가 재미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듯하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 그 심정은 같을지 모르나, 노는 물이 달랐던 것이다. 물론 한 탕을 바라고 한 탕을 용인하는 세상은 닮았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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