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드라마는 초능력과 관련된 것이 많다. [더 게임...]은 타인의 눈동자를 바라보면 그의 죽음을 알 수 있고, [메모리스트]에서는 접촉을 통해 그의 과거를 전부 알 수 있다. [하이바이, 마마]는 귀신을 보고, [방법]은 주술을 부릴 수 있다. [본대로 말하라]는 어떤 장면을 사진처럼 기억하는 픽처링 능력을 선보인다. 이처럼 갑작스레 초능력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가 쏟아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2. 이들 초능력 드라마 중 눈길을 끄는 것이 두 개 있다. 바로 [방법]과 [메모리스트]다. [방법]은 주술이라는 소재가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아 초반 시청하지 않았지만, 극의 줄거리가 치밀해지면서 흥미를 끌고 있다. 특히 악마가 깃든 회장이 경영하는 포레스트라는 회사가 '저주의 숲'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장면이 독특하다. 단순히 사람들의 저주와 이의 실현으로 인기를 얻겠다는 것을 넘어, 저주의 실현을 통해 악을 없앨 수 있다는 설정이 눈에 띈다. 타인의 저주가 무서워 타인의 저주를 받을만한 일을 할 수 없게된 사회. 과연 그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가 될까. 하지만 저주는 꼭 타인의 악행에 대한 것뿐만이 아니라, 시샘에서도 나온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저주의 대상은 악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저주의 대상이 악하다고 해서 저주를 통해 악을 뿌리뽑겠다는 생각은 지극히 폭력적이다.
3. [메모리스트]에서는 주인공이 타인과의 접촉을 통해 그의 과거를 전부 알 수 있다. 그래서? 보통의 사람들은 그와의 접촉을 피하려한다. 나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상대라니. 정말 말 그대로 한점 부끄럼 없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누구나 감추고 싶은 비밀은 있지 않겠나? 그것이 나쁜 짓이든 부끄러운 것이든 말이다. 비밀이 없는 유리알 같은 삶이란 성인의 경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혼자 있을 때도 진리를 따르는, 삼가하는 삶의 자세인 독신(獨愼)! 유교에서의 성인이 되어야 아무 거리낌없이 메모리스트 주인공과 악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신을 지키는 성인의 길은 너무나 어렵고 험난한 길이다.
4. 세상의 모든 악이 사라진다면, 아니 악이라는 단어조차 없는 세상이라면 삶은 살만한 것일까. 하지만 삶은 그리 간단치도 녹록치도 않다. 선한 의지를 가지고 행하는 일이 악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악한 행동이 선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악이 사라진다는 것은 악한 결과가 사라지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악한 동기나 의지가 사라진 것을 말하는 것일까. 우리는 오늘도 선한 의지를 가지고 선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뿐이다. 초능력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지는 않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