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3.2 날씨 맑음 최고온도 11도 초저온도 1도
농부가 본격적으로 몸놀림을 바삐 움직여야 하는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포근한 날씨에 씨앗을 뿌려봅니다(파종).
요즘 대부분의 씨앗은 농약사에서 구입을 하거나, 씨앗이 아닌 모종을 구입해서 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 할머니, 할아버지는 지난해 곡식과 채소 등을 갈무리하면서 씨앗을 받아두어 다음해에 심곤했는데 말이죠. 이렇게 계속해서 씨앗을 간직하고 심어 내려오는 것들은 소위 말하는 토종이나 재래종이라 불립니다. 이것들은 우리 땅과 가온, 환경에 잘 맞고 성질도 어느 정도 일정한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농약사에서 파는 개량된 씨앗에 비해 맛이나 생산량, 병충해에 대한 저항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이런 씨앗들은 채종해서 뿌려보았자 같은 특성을 내지 못하기에 계속해서 구입을 해야만 합니다. 씨앗값도 만만치 않게 들어갈 뿐 아니라, 자신의 성향에 맞춘 작물이 아닌 농약사에서 제시해주는 대로 따라가는 수밖에 없게 되죠. 개성과 독립성을 포기하는 대신 편리와 경제성을 갖게 되는 셈입니다.
유난히 포근했던 겨울 날씨 덕분에 다소 이르게 씨를 뿌려봅니다. 구입한 씨앗도 있고 자가채종한 씨앗도 있습니다. 구입한 씨앗은 주로 민트와 같은 허브 종류로 다년생은 아니지만 그 자리에서 씨앗이 떨어져 다음해에도 날 수 있도록 해볼 생각입니다. 실제 민트깥은 경우는 같은 자리에서 계속 자리를 잡는 모양새입니다.
수박은 지난 여름에 먹었던 수박씨를 받아두었다가 심어봅니다. 보통 수박은 호박을 대목으로 해서 접을 붙인 것이 많아 제대로 자랄지 모르겠습니다.
호박은 지난 가을에 열렸던 늙은 호박의 씨앗을 채종한 것입니다. 올해도 잘 열리기를 바라봅니다. 지난해 다소 늦게 심는 바람에 겨울이 다가오도록 채 익지않아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조금 서둘러봅니다.
가시오가피는 지난 가을에 점심을 먹으러 갔던 식당 정원에서 탐스럽게 열린 것을 몇 개 따온 것입니다. 이것도 시험삼아 심어보는 것인데 제대로 자랄지 궁금합니다.
코로나19 탓에 개학이 연기돼 학교를 가지 못하는 딸내미가 물을 주고 있습니다. 흙 만지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ㅜㅜ) 물주고 꾸미는 것은 좋아합니다. 명찰을 달아주고 물 주는 일은 신나게 하네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씨앗들이 찬바람 부는 새벽을 이길 수 있도록 덮어줄 비닐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주후반부터 영하로 다시 떨어진다니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물 주는 것을 끊어볼 심산입니다. 그냥 흙에 묻어둔 채로 놔두었다 영하권에서 벗어나는 다음주 다시 물을 주어 싹을 틔울 생각입니다. 아니면 급하게 비닐이나 보온덮개로 몇일을 날 수 있도록 해 주어야겠지요.
씨앗이 전해주는 봄이 다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