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화두는 '공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갑질이나 금수저 등의 단어가 세간을 떠도는 이유 또한 이 공정과 떼놓을 수 없다. 가진 자들이 더 가질 수 있는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냥 단순히 더 갖고 있다는 것 하나로 힘마저 챙길 수 있는 현실이 슬프기 때문이다.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와 sbs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는 '공정'한 주인공의 활약이 쾌감을 안겨준다. 갑질하는 자들을 향한 맞섬과 마침내 거둘 승리를 예감하며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든다.

 

■ [스토브리그]-저항하지 않으면 썩는다 

야구팀 드림즈의 (사실상)구단주와 사장의 횡포에 정면으로 맞서는 사람은 백승수(남궁민 분) 단장이다. 그는 '한 번 굽히면 편해지는 것을 알지만, 한 번 굽히면 평생 굽혀야 하는 것을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갑질에 맞서고, 부조리한 조직을 바꾸기 위해 휘두르는 무기는 바로 '합리'다.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식과 합리로 그는 당당하게 횡포에 맞선다.

임미선 마케팅 팀장이 사장의 불공정한 지시대로 시구자를 선정하자 백 단장은 단호하게 호통친다. "부정한 지시라면 단 한 번이라도 저항이라는 것을 해보세요. 그렇게 썩어가는 겁니다. 우리 팀이"

 

 

■ [이태원 클라쓰] - 소신에 대가가 없는 삶을 살련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주인공 박새로이(박서준 분)는 무릎을 꿇지 않는다. 잘못한 행위에 대한 죄값은 치르데, 잘못하지 앟은 상대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무릎을 꿇는 일은 없다. '소신대로 살라'는 아버지의 가훈을 지키기 위해서다.

'장가'라는 대기업의 총수와 그의 아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그를 무릎꿇리고자 하지만 새로이는 끝내 굽히지 않은 것이다. 마치 [스토브리그]의 백승수 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의 친구 오수아(권나라 분)는 자신이 따르던 새로이의 아버지를 장가 총수의 아들이자 같은 반 친구인 근원이 교통사고로 죽였다는 것을 알면서도 장가의 장학금을 받고 장가에 취직해 일을 한다. "나는 새로이 너처럼 용기가 없다"면서. 하지만 새로이는 수아에게 '너의 삶을 그냥 살라'고 말한다. 너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말이다. 백승수 단장과 새로이의 차이는 바로 이 부분일 것이다.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흙수저이자, 을이다. 무수한 타협을 거치며, 지금 발을 딛고 있는 그곳에 서 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괴로움과 분노, 슬픔을 안고 있다. 그리고 그 감정들로 인해 우리는 스스로를 자위한다. 그것을 넘어 자기합리화에 이르기도 한다.

 

우리가 새로이나 백승수 단장을 보며 환호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우리는 그들처럼 갑질에 굽히지 않고 맞서지 못하는 것일까.

바로 체념과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임미선 팀장이 한때 열정을 불태우며 팀의 발전에 힘을 쏟다 불성실해진 것은 체념이 큰 요인이었을 것이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된 순간 체념은 찾아온다. 그리고 체념은 갑질에 순응토록 만든다.

수아가 장가를 받아들인 것은 두려움 때문이다. 학비가 걱정이고 생계가 걱정인 상태에서 잠깐 눈만 감으면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릴 순 없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먹고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 더 나아가선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부당한 것에 쉽게 저항하지 못한다. 저 마음 속 밑에 꼭꼭 숨겨둔 용기라는 것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

 

만약 우리에게 기본 생계권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본다. 돈이나 권력으로 갑질하는 대상에게 저항할 수 있는 작은 용기를 꽁꽁 싸매둔 마음 한켠에서 꺼낼 수 있도록 매듭을 풀고 뚜껑을 여는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든든함만 우리가 갖고 있다면 가슴을 펴는 당당함과 굽히지 않을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공상에 빠져본다. 나약한 '을'의 실없는 주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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