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의 한수] 1편을 재미있게 봤다면 이번 귀수편도 괜찮을듯. 1편과 마찬가지로 바둑의 '바'자를 몰라도 볼 수 있는 영화다. 바둑은 그냥 배경일 뿐, 실제론 액션영화라고 할 수 있다.
2. [신의 한수]는 바둑이라는 소재만 가져왔을 뿐 정통무협영화로 보아도 좋을듯. 귀수(권상우 분)가 누나는 물론 자신의 스승인 허일도를 죽음으로 내 몬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바둑은 멋진 배경으로 쓰인다. 흑과 백이 없는 바둑알, 속기, 1대 100의 대결 등등.
3. 복수를 하는 과정은 마치 도장깨기를 닮았다. 이번 영화의 승부수는 뭐니뭐니해도 액션신일듯. 전편의 정우성과 이번 [신의 한수-귀수편]의 권상우를 비교하는 재미도 솔솔. 권상우의 액션도 아직 살아있다.
4. 귀수에게 진 상대방은 가차없이 자신의 패배를 인정한다. 팔을 자르고, 목을 건다. 스스로 말이다. 복수의 과정과 패배자의 말로는 무협영화의 전개와 꼭 닮았다. 절대 바둑영화가 아니다.
5. 하나 아쉬운 것은 오락영화임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세(?)라고 해야할까. 감독은 궂이 왜 쓸데없는 쿠키영상을 집어넣었을까. 절간의 풍경이 왜 물고기인가를 설명하는 장면. 잠을 잘 때도 항상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 세상을 마음의 눈으로 보라는 허일도의 충고는 그야말로 '꼰대'로 만들어버린다. '마음의 눈'이란 그저 미사여구일 뿐이다. 말 그대로 '항상 깨어있으라'는 것은 마음의 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무슨 생각, 감정,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놓치지 말고 살펴보라는 의미일텐데... 이게 영화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6. 아마 감독은 쿠키영상을 만들며 이병헌이 나왔던 영화 [달콤한 인생]을 떠올렸을까.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것은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 뿐이다.
[달콤한 인생]에서는 이병헌의 이 나레이션이 영화 전체의 맥락이나 흐름을 대변해주고 있다. 달콤한 인생이란 꿈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헛된 것이기에 슬픔을 감추지 못했던 주인공의 마음이 영화 전체를 감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의 한수-귀수편]에서는 과연 항상 깨어있는 눈, 마음의 눈이 영화 전체를 감싸고 있을까.
그저 재미있는 액션영화가 뭐 어떻다고! 꼭 의미를 부여하려 할까.